자존감=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오직 나는 나 자신이 동의하는 말에 의해서만 상처받는다

by 조이

한 때 자존감 열풍이 불어 서점 여기저기 '자존감' 키워드의 책들이 쫙 깔렸던 때가 있었다. 한동안 그런 류의 책들이 많이 생산되고 많이 소비되었다는 건 사람들의 마음에 자존감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는 뜻일 테다. 자존감은 '자아 존중감'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너무 당연해서 어딘가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자신에게 직접 대입하는 방법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여기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로젠버그의 자존감 척도를 소개해본다. 이 검사는 오늘의 운세 같은 느낌은 전혀 아니고 논문에 많이 사용될만큼 입증된 척도이니 안심해도 좋다. 각 문항마다 매우 동의(4점), 동의(3점), 동의하지 않음(2점), 매우 동의하지 않음(1점)으로 체크해 보자.


1. 나는 전반적으로 나 자신에 대해 만족한다.

2. 나는 가끔 내가 꽤 좋은 성품을 가졌다고 본다.

3. 나는 좋은 자질을 여럿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4.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만큼 일을 해 나갈 수 있다.

5. 나는 내가 자랑할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6. 나는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7. 나는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들과 평등하게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8. 나는 나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이다.

9. 결과적으로 나는 성공할 사람이란 느낌이 든다.

10. 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를 대한다.

10~19점은 자존감이 낮은 편, 20~29점은 보통 수준, 30점 이상은 건강한 자존감이라고 한다. (이렇게 측정된 자존감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러 이벤트를 겪으며 변화하기도 한다. 지금 자존감이 낮다고 해서 너무 속상해 말기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길 줄 알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꺼리지 않으며 타인을 존중한다고 한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런 성향은 행복에 더 다가가기 쉽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즐기며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삶

자존감이 무엇이고 자존감 높은 사람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도 알겠는데 문제는 이 자존감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냐는 것이다. 흔히들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조언하는데 이 '긍정'이란 부분을 유의 깊게 봐야 한다.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긍정은 자기 세뇌일 뿐이다. 외모가 그다지 빼어나지 않은 사람이 거울을 보고 나는 잘생겼다 예쁘다를 되뇌는 것이 긍정일까. 이런 식의 긍정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계기로든 쉽게 흔들리게 되고, 외모에 대한 이 사람의 자존감은 또 한 번 무너지게 될 뿐이다. 오히려 '나는 평범한 외모를 가졌구나'라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사실을 토대로 자기 자신에게 긍정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외모가 엄청 뛰어나지는 않지만 보면 볼수록 정이 가게 생겼다든지 외모는 평범한 편이지만 눈웃음이 치명적이라든지, 내가 이래 봬도 피부가 참 좋지 하는 식으로.


자기 자신을 알면 알수록 흔들리지 않는다. 키가 큰 사람에게 '넌 왜 이렇게 키가 작냐?'고 누가 말한대도 아무런 상처도 되지 않는다. 자신이 키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키에 대해서는 흔들림이 없다. 키가 작은 사람이 키가 크다는 소리를 듣고 싶을 때, 외모가 평범한 사람이 멋지고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을 때, 평범한 업무능력을 가진 사원이 엄청난 성과로 인정받고 싶을 때 자존감은 휘청이고 상처받기 쉬워진다. 자존감은 사실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야 흔들리지 않는다. 무턱대고 하는 긍정은 오히려 자존감을 망치는 주범이 되기 쉽다. 평범한 외모를 가졌음을 받아들이고 '내가 엄청 잘생기진 않았어도 인상이 참 좋지.', 작은 키를 받아들이고 '내가 키는 작아도 달리기는 엄청 빠르지.', 평범한 업무 능력을 받아들이고 '내가 일은 빠르지 않아도 참 성실하지.'와 같이 사실에 근거한 긍정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작은 보석들이다. 그리고 이런 보석들이 차곡차곡 마음에 차오르면 타인의 평가나 인정에 덜 연연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잘 알아서 나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말로는 아무도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나는 오직 나 자신이 동의하는 말에 의해서만 상처를 받는다. 인생은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기 발견과 인식은 중요하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은 인생 전체를 통해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딱 보면 나를 안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그들은 점쟁이, 도를 아십니까, 사기꾼이거나 또는 자기 입맛대로 남을 주무르려는 나르시시스트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유독 잘 넘어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확신이 별로 없다. 나 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나는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구나.', '나는 이런 친구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이런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마음 편하구나.'와 같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자존감의 토대가 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신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뜻대로만 인생이 풀리는 사람이 있을까? 단점없이 장점만 가진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겪는 실패도, 우리가 가진 단점도 수용과 회복의 시간을 거치면 결국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 울고 웃는 많은 경험들 속에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자존감의 토대가 될 것이다. 지나치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 지나치게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이런저런 장점과 이런저런 단점을 가지고 있는 나. 이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 높이기의 정석 아닐까.


ⓒphotoopus, 출처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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