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위로, 내 마음도 온도 조절이 필요하다
“빛을 반사하며 스스로를 지키는 자작나무처럼,
나도 나를 돌보는 연습이 필요했다.”
“나를 지키는 껍질은 방어가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된다.”
“번아웃 앞에서 배운 것,
내 마음도 온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사실.”
작년 이맘때,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회의 중에 상사 직원의 말 한마디에 속이 뒤집어졌고,
시간이 들여 추진해 오던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는 게 어떠냐는 피드백이 돌아왔고,
하루 종일 데이터를 맞추고, 편집하고 다시 검토받고 하느라 기운이 다 빠졌습니다.
지친 상태로 차에 올라타서 룸미러에 비친 제 얼굴을 보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나는, 내가 봐도 낯설다.”
늘 잘하려고 애쓰고, 티 안 나게 버티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정작 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없었던 거죠.
그날 이후로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던 중 자작나무를 보게 됐습니다.
하얀 껍질을 가진 자작나무들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모여서 심어져 있었습니다.
자작나무의 흰 껍질은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었습니다.
햇빛을 반사해 나무 내부의 온도를 조절하고,
‘베툴린’이라는 성분으로 해충과 병원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낸다고 하더군요.
가혹한 북부 기후 속에서도 수분을 보존하고 살아남기 위한,
자연의 섬세한 전략이었습니다.
‘내가 저 나무에게 배울 게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
직장에서는 늘 평가받고 비교당하고,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나'를 놓치게 되죠.
진짜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달리다 보면, 결국 어느 순간 번아웃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럴 때, 자작나무처럼 스스로를 비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빛을 반사해 내부를 보호하듯,
나도 나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이라는 방어막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스스로 묻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자작나무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나무껍질로만 살아갑니다.
그 하얀 껍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온도를 조절하고, 병해를 막고, 수분을 지켜내는 생존 전략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살다 보면 누구나 거칠고 추운 시기를 마주합니다.
직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감정은 숨기고, 말은 조심하고, 나를 자꾸 감추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작나무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고,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다면,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다루느냐’라는 걸,
저 자작나무가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가족들과 공원에 갈때면 자작나무가 심어져 있는지 찾게 됩니다.
그 하얀 나무 아래 서서, 마치 거울을 보듯 나 자신을 비춰봅니다.
자작나무의 껍질이 햇빛을 반사하듯, 나도 내 안의 빛을 찾아 스스로를 비춰보는 시간이 되는 것이죠.
자작나무 아래에서 맞이하는 이 시간은, 어쩌면 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약속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내 마음의 온도를 지키는 법을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