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처럼, 조용히 오래가는 힘
직장과 육아 등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매일 흔들리는 우리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회화나무처럼 버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회화나무는 한여름 무더위에도 꽃을 피우고, 긴 세월을 견디며 삶의 중심을 지켜냅니다.
이 글은 그런 회화나무의 생태를 통해 ‘지속가능한 내면의 힘’을 돌아보는 에세이입니다.
요즘 하루 일과의 시작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오전에는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서며 마음속으로 오늘도 달려보자고 다짐하죠.
잠깐의 숨 고르기와 짧은 운동, 그리고 글쓰기가 제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루틴이 됐습니다.
16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빠르게 달려왔지만, 지금은 처음으로 잠시 멈춰 서 있는 시기입니다.
육아휴직이라는 삶의 쉼표 안에서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금방 사라지지 않을, 오래가는 무언가를 쌓아왔을까?'
그 질문을 안고 며칠 전 산책길에 우연히 회화나무 한 그루를 만났습니다.
사계절을 견디며도 그 자리를 지키는 그 나무는, 어쩐지 말없이 저에게 말을 건네는 듯했습니다.
‘급히 자라는 건 오래 남지 못한다. 묵묵히 자란 것이 결국 깊은 뿌리를 남긴다’고요.
회화나무는 500년에서 1,000년까지도 자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노거수입니다.
한여름, 다른 나무들이 지쳐 있을 때에도 온몸으로 황백색 꽃을 피워내고,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며 마을을 품은 그늘이 되어줍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나무가 굳이 손질하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운 수형을 이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천천히, 묵묵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쉼이 되고, 보호가 된다는 것.
그 나무는 그렇게 '오래된 신뢰'처럼 마을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회화나무는 마을 사람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꿀벌에게는 귀한 밀원이 되며, 사람에게는 약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단지 오래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자라온 것이죠.”
투자자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뢰는 만들어지는데 평생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단 5분도 안 걸린다.”
우리는 자꾸 빠르게 뭔가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오래가는 무언가’를 쌓는 힘 아닐까요.
아이와의 관계도, 부부의 일상도, 직장생활에서의 신뢰도 결국은
‘조용히,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는 힘’에서 비롯된다는 걸 회화나무가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회화나무를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분명 다르구나.
시간은 그 사람의 태도와 삶을 조용히, 그러나 정확히 증명해주고 있었던 겁니다.
회화나무처럼 수백 년을 자란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굵은 뿌리, 제때 꽃을 피우는 인내,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꾸준함.
그 세 가지가 그 나무를 지탱하는 진짜 힘이었습니다.
지금 나의 작은 루틴도 언젠가 그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과의 아침, 잠깐의 러닝, 조금씩 써 내려가는 글 한 편.
크게 보이지는 않아도 오래가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켜봅니다.
결국, 중요한 건 ‘빨리 자라는 나’보다 ‘오래가는 나’를 만드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한 그늘이 되고, 나를 위한 쉼표가 되며,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뿌리를 천천히, 단단히 내려보려 합니다.
회화나무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