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소은의 방 (사랑 2)

사랑은 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조용해진다.

by 부엄쓰c



소은의 방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고요가 감돌았다. 나는 그녀 옆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침묵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꼭 필요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소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은요,” 그녀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정말 그 사랑을 잊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차분했고, 더 진실했다.


“잊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계속 붙잡고 있었던 거죠. 사랑했던 기억이 사라지면, 나라는 사람도 사라질 것만 같았어요.”


그녀의 말은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행복했던 순간들뿐 아니라, 아팠던 순간까지도 다 내 일부였어요. 그 기억들을 없애면 나는 너무 텅 비어버릴 것 같았거든요.”


소은의 눈에 눈물이 천천히 고였다. 나는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래서 여기 온 거였어요. 사랑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더 깊이 간직하기 위해서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지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소은은 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이상하죠? 잊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결국 받아들일 때 비로소 조용해지니까요.”


그녀의 말은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조용히 닿았다. 나는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은... 좀 괜찮나요?”


소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답했다.


“괜찮진 않아요. 여전히 아프고, 그리워요. 하지만 이제야 알겠어요. 그 감정들을 없애려고만 했던 내 방식이 틀렸다는 걸요.”


소은은 창밖을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는 그 감정을 온전히 인정하고 안고 가려고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덜 아프겠죠. 그게 진짜로 사랑을 마주하는 법 같아요.”


tempImageygRi0e.heic


나는 소은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재현의 방에서 보았던 희미한 빛이 떠올랐다. 재현이 말했던 후회처럼, 사랑 역시 그렇게 마음속에서 빛나며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소은과 함께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그렇게, 마음속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조용히 그 자리에 머물렀다.






#사랑의상처 #감정의보관소 #마음회복 #있는그대로 #내면여행 #잊으려할수록선명해지는 #소설등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