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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Feb 23. 2024

원시인다이어트 - 원시인처럼 살면 저절로 살이 빠진다?



2년째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고 있다.

대장암 완치 후 건강한 장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다.


<<아래는 항암 치료를 하면서 쓴 책>





처음에는 쿠팡에서 파는 250그램짜리 샐러드를 사먹었는데,  양이 적은 탓에

보름 동안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온전히 밥을 먹는 저녁시간을 마냥 기다렸던 것 같다.


사먹는 샐러드가 익숙해지자 이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하루 마다 바뀌는 샐러드 가격, 그리고 조금씩 줄어드는 용량으로

차려놓은 샐러드를 사먹는 편리함은 허기를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채소들을 사서 샐러드를 만들기로 했다.


양상추와 브로컬리, 파프리카와 오이를 주재료로 삼고

토마토, 바나나, 딸기, 포도 등 제철과일과 프라이드 치킨, 떡갈비 100g 등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기로 했다.

그리고 소스는 시중에서 파는 발사믹 글레이즈와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둘렀다.

마지막엔 '하루견과' 풍의 이런저런 견과류를 뿌려 저작의 밋밋함을 없앴다.


채소를 좋아하는 아내는 환영했지만,

넉넉한 국밥을 즐겼던 나는 영 마득찮았다.


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려면, 체내에 살고 있을 암세포를 굶겨 죽이려면

내가 먼저 굶어야 했다. "암세포야, 너도 채소 먹고 날씬해져라!" 저주하면서...





아내의 샐러드는 시중에서 파는 샐러드의 양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조금이라도 많이 담으면 어김없이 남겼다.

아내는 오일류의 드레싱을 싫어해서 풀무원에서 파는 과일 샐러드 소스를 얹었다.




비록 풀떼기일망정 양은 넉넉하게 했다. 그래야 배가 부를테니까.

채소로 배를 부르게 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먹는 모습을 본다면 염소가 뿔을 씹는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우적거리며 생각했다.



이렇게 점심을 먹기는 벌써 2년 째, 운동과 사우나를 더해서 총 15킬로를 감량했다.

뱃속은 태평성대라 할 만큼 편안해졌고, 이제 점심으로 밥을 먹을 일이 생기면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로 채소샐러드를 즐길 정도가 되었다.


지난 해 CT좔영을 겸한 건강검진에서 암세포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건강 나이는 5살이 더 어려졌다고 했다.

의사는 오히려 "어떻게 그리 살을 뺐냐?"고 빵빵한 볼을 하고 내게 물었다.


일전에 포스팅했던 글에 '원시인처럼 살면 자연스레 다이어트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동물이었던 시절의 인간은 배를 곯았다.

주린 배를 쥐고 사냥감을 찾아나섰고, 먹이를 찾으면 먹고 배가 꺼질 때까지 쉬었다.






산업혁명 이후 시간의 개념이 확실해지면서 '일을 하기 위해 혹은 시키기 위해'

삼시세끼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이젠 하는 일도 없이 세끼를 챙기고

급기야 야식까지 먹고 있다.

그러니 살이 찔 수밖에. 식량의 풍요로움이 주는 저주가 아닐 수 없다.


난, 저녁은 6~7시에 먹는다. 그것도 배부르지 않을 만큼만 먹는다.

혹 남이 사주는 고기를 먹거나 뷔페에 가서 포식을 하는 일이 생기면

다음 날 점심까지 굶어 배를 비우게 한다.


아침은, 커피 한 잔.

6개월 전까지 토스트에 커피, 제철과일 디저트로 아침을 먹었지만

5킬로를 더 감량하기로 마음먹고 이마저도 없앴다.


따뜻한 밥을 먹고 다음 날 점심 풀떼기(채소 샐러드)을 먹을 때 까지 온전히

물만 마시면서 18시간을 보낸다.

12시간을 넘기면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고, 14시간이 지나면 요동을 친다.

이 때부터 체내에 있던 '자가포식세포'가 활동하면서 체내에 남아 있던

지방이 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부터 살이 빠지는 거다.


주위 지인들 중에 의사들은 다이어트 주사를 맞고, 복부지방을 걷어내는 수술을 하고,

약을 먹고 난리를 치던데 6개월이 지나면 오히려 더 뚱뚱해져 있었다.


그런 거, 다 필요없다.

적당히 먹으면 저절로 빠진다.


"인간이란 동물은 원래 굶주렸다"는 전제만 기억하면

다른 다이어트 방법은 따로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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