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치보이 richboy Sep 23. 2024

현지인도 잘 모르는 숨은 맛집 규카츠 전문점 - 미슐당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더니 하룻새 여름이 가을로 변했다. 


흐린 하늘, 여전히 비는 추적거리고 바람도 불던 일요일 오후. 

외식을 나섰다. 


아들녀석이 좋아하는 '빠삭한 돈카츠' 대신 모양은 엇비슷하지만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로 종목을 바꾼 '규카츠'를 먹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미슐당>. 대연동에 본점을 둔 프랜차이즈인 듯 했다. 

본점까지 찾아갈 그럴 시간적 여유는 없고, 더 가까운 장산역점으로 출발했다. 








늦은 아침을 먹은 탓에 점심도 늦어 2시경 갔더니 매장이 한산했다. 

왠걸, 우리가 앉고 바로 젊은 커플들이 들어와서 테이블을 메우기 시작했다. 






가게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정갈하고 깨끗했다. 매장 곳곳에 세심한 배려들이 보여 이곳이 자신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손님들을 위한 공간임을 짐작케 했다. 






시그니처 메뉴 규카츠와 한우가 버무려진 감자 고로케, 빠삭함의 끝판왕 멘보샤를 주문했다. 

신학기가 되자 다시 열공 모드에 들어간 녀석을 격려하고 싶어서였다. 

미니 화로 위에 버터를 녹여 고기를 취향대로 구워서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잔뜩 기대한 듯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한 컷. 

사진 그래도 요리가 나왔던데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제 맛을 잘 발휘했다. 

다음에는 큐브 스테이크와 카레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리를 내기 전 밑반찬이 차려졌다. 

단무지와 화로를 데워줄 버터, 그리고 잘 익은 쪽파김치.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규카츠에 이 김치가 '신의 한수' 역할을 했다. 





드디어 요리 등장. 나는 제일 어른이라(?) 더블 규카츠를 시켰는데, 2단에 얹어진 고기 한 줄이 기본보다 더 많았다. '잘 시켰구나' 






미소시루 장국도 공들여 잘 만들었고, 밥에 얹어지 후리카케도 밥맛을 도왔다.

생와사비도 좋았고, 땅콩소스도 찍어먹기에 과하지 않았고, 쌈장소스 같기도 하고 

칠리 소스 같기도 한 매콤한 소스는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맛을 잘 잡아줬다. 


한 번씩 시식한 후 나는 거의 대부분을 색깔만 변한 레어 규카츠에 와사비와 쪽파김치를 얹어 먹었다. 

규카츠 한 입먹고 밥 한 술 뜨고, 다 먹은 후엔 미소시루 한 입. 최고의 궁합이었따.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규카츠는 훌륭했다. 

과하지 않은 화로열에 녹인 버터에 고기를 얹으면 '칙치이이이익~' 기가 막힌 소리가 들린다. 

잡내도 없고, 고기가 익을수록 버터가 풍미를 더해줘서 규카츠를 한 점 먹을 때 마다 요리 하나를 먹는 듯 했다. 

'이런 곳에 이런 가게가 숨어 있다니....' 내내 중얼거리며 먹은 기억






조금이라도 더 익을까 열이 식을까 맛나게 정신없이 먹느라 감자 고로케도 멘보샤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그만큼 훌륭했다라고 할 밖에 할 말이 없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싹싹~ 비워진 접시 사진으로 평가를 대신한다.






어제 요리에서 딱 하나, 아쉬운 건 밥맛이었는데 가정집 밥맛 그대로 평범했다. 약간 푸슬한 끼도 있었다.

기대한 건 밥알이 윤기있고 살아있어서 젓가락을 고스란히 잘 떠지는 그런 밥이었다. 

'밥집에서는 밥맛이 최고여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고기집이든 돈카츠 집이든 밥을 살피는데,

아닌 게 아니라 카레를 얹든 미소시루에 말아먹든 밥맛이 훌륭하면 왠만해서는 지적받지 않는다. 

(요리집을 검색하다가 밥맛이 좋더라...라고 누가 말하면 그 집은 꼭 한 번 가 본다. 역시나 밥맛이 좋으면 

그 집 요리는 다 좋다.)


이 가게는 밥맛에 조금 더 공을 들이면 지금보다 손님이 두 배 많겠다고 확신한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또 다시 찾을 것 같다. 아들녀석이 최근 맛집 중에 최고 였다며 

연신 'Two Thumbs Up'을 했으니까. 다음 번에는 더욱 맛난 밥맛을 기대해도 될까나.  -RIchboy





작가의 이전글 청소년의 머리 냄새 고민은, 이 샴푸 하나로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