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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Nov 23. 2024

어른의 책읽기로 단편소설이 좋은 이유!

<나는 왜 제대로 못 읽을까> 북리뷰


읽을 것이 역사상 가장 많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읽지 않아서 걱정'하는 시대는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읽을 것도 많지만 보고 들을 것, 즐길 것이 더 많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책을 읽지 않아도 너무 많이 읽지 않는다. 그 이유를 듣자면 예전만 해도 "책을 읽고는 싶지만...." 하고 구차한 변명들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아니, 그걸 머리 아프게 왜 읽어요. 다 보여주는데? 요즘도 책 읽는 사람이 있나?"고 반문을 할 테세다.    


독.서.수.난.시.대!


그럼에도불구하고 사람이라면,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야 한다. 머리가 아프도록 책을 읽지 않으면 뇌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이 말은 사실이다. 책을 읽고 생각해서 머리가 지끈지끈하게 아프게 하면 그제서야 뇌가 활동한다. 영상으로 듣고 음성을 들을 때 쉽고 편한 건 뇌가 활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익히 말하고 있지만 뇌는 왠만해서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정말 게으른 장기다).


"아저씨, 책을 읽으면 좋고 머리도 좋아지고 ...하는 말들은 알 것도 같은데요, 솔직히 벽돌처럼 두꺼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책장을 펼치지도 전에 질려버리고 몇 페이지 않 읽어서 하품이 난다고요."


일리가 있는 말이다.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해도 뭘 읽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고르는 게 사람들이 많이 샀다고 하는 베스트셀러였고, 어김없이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그럼 어떤 책을 골라서 읽을까?


입이 닳도록 하는 이야기이지만 다시 한 번만 말하자. 책 읽기는 공부가 아니라 놀이다. 그렇다. 책 읽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면 자세를 고쳐잡고 공부하듯 읽지 말고, 쉽게 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 마음 편하게 읽으면 놀이가 된다. 그런 책을 꾸준히 읽다가 보면 '책 읽는 재미'를 찐으로 느끼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습관적으로 책에 손이 가게 된다.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이라면 이야기책, 즉 소설이 좋다. 그리고 이제 막 책읽기를 시작했다면 두꺼운 장편소설보다는 스토리도 짧고 집중하기 좋은 단편소설이 더 읽기 편할 것이다. 


"오호, 단편소설이라...흥미로운데? 어떤 단편소설들이 좋죠?"


이런 질문을 하는 독자들을 위해 태어난 책이 있다. 스스로를 '단편덕후'라고 부르는 북스타그래머 나예가 쓴 <<나는 왜 제대로 못 읽을까>>(미디어샘) 이다.





최근 3년 동안 매일 침대에 누워 아주 잠깐 단편소설 한두 편을 읽다가 기절하는 걸 루틴으로 삼고있는 그의 '단편소설예찬'은 읽다 보면 저절로 '나도 단편소설 하나 읽어볼까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단편을 읽는 재미는 여기에 있다.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은 것에 대한 즐거운 상상 속에 말이다.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 문해력은 그저 빠른 눈치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 또한 필요하다. 상상력은 터무니없는 공상이나 망상이 아니라, 말로 설명할 길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해결책을 이리저리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내는 것 또한 모두 상상력에서 기반한다. 상상력이 공상이나 망상 그 이상의 것이 되려면 기저에는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고, 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헤아려보는 것,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범위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고 파악할 수 있어야 공감이 가능해진다. 이 개념은 일상 속에서는 '공감'이라 부르고 책 읽기에 있어서는 '몰입'이라 부를 수 있다." 본문 24


이 책은 내가 최근 출간한 책 <아이성적 올려주는 초등독서법>의 탄생과 비슷한 목적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아이성적 올려주는 초등독서법>이 초등학생들이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해서 궁극적으로 책 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학부모에게 독서법을 알려준 책이라면, 이 책 <나는 왜 제대로 못 읽을까>는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어른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단편덕후인 저자가 책 좀 읽어볼까 하는 독자에게 '이제 책읽기를 시작했다면 스토리가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이 좋고, 단편소설의 스토리를 먼저 만난다면 책 읽는 재미에 더 쉽게 빠져들 것'이라고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그의 단편예찬 중에 '단편소설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매일 매일 벌어지는 희로애락을 누구는 즐기고, 누구는 견디며 꾸역꾸역 메워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니던가.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인생이 한편의 장편소설이라면, 우리의 매일은 단편소설이 아닌가' 하고 그가 말하는 것 같아서 이 대목을 읽고 '나도 앞으로 단편소설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인 그의 말은 이랬다. 


"확실히 단편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보다 사건이 흘러가는 장면 하나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소설을 우리 삶의 이야기라고 본다면, 삶이 언제나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보여지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우리 삶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단편을 읽는 것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문 29쪽






그가 이 책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 몇 개 중 하나는 바로 '문해력'이다. 세상에 떠도는 문해력 걱정은 주로 초중고 학생들에게 집중한 듯 한데, 실은 어른들의 문해력은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 않는다(자녀의 문해력은 가정이라는 학교가 채워줄 수 있을 법 한데, 부모가 이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OECD는 문해력을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문장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함으로써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며, 자신의 지식과 잠재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 여기서 공부나 학생이란 말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생활'이라는 단어가 더 눈에 띈다. 사회생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문해력은 사회에 발을 걸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중략)

'일을 잘한다'는 것은 한 개인의 머릿속에 엄청난 양의 지식이 왕창 들어 있어 혼자 일당백처럼 모든 일을 다 해치운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에게 어떻게 질문해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검색해야 할 지를 알며, 본인의 의견을 상대에게 명료하게 보여주는 동시네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를 아는 쪽에 더 가깝다. 본문 60~61쪽


저자는 부익부 빈익빈이 더 많이 작용하는 영역이야말로 '문해력'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나는 내 책에서 오늘날 아이들의 책읽기는 그 어떤 스펙보다 강력한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책을 읽는 아이는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늘어나는 어휘력과 배경지식으로 사고의 그물망은 점점 더 촘촘해지는 반면, 책을 읽지 않는 아이는 제로(0)에 수렴하므로 그 격차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큰 폭의 차이가 되기 때문이다. 뇌과학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데, 뇌는 학습하면 할수록 머리가 좋아지는데 반해 학습을 하지 않으면 뇌세포가 점점 퇴화되어 나중에는 소멸해버린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소제목 끝에 달린 저자의 추천 단편소설일 것이다. 그가 그 단편소설을 추천하는 이유와 소설의 내용은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서 글을 읽다가 '아, 나도 이 책 읽어보고 싶다'고 느꼈다면 글 마무리에 있는 <Read the Book>을 살펴보면 된다. 책제목과 함께 출판사와 출간년도를 친절하게 곁들이고 있어서 저자가 읽은 '바로 그 책'을 독자도 찾아서 읽어볼 수 있다. 


글을 읽다가 내가 지난 해 즐겨 읽었던 로알드 달의 단편들이 소개되어 반가웠다. 내친 김에 책을 덮고 서재를 뒤져보니 저자가 추천한 단편소설들 몇 권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들을 당장 다시 읽어볼 요량이다. 그가 루틴으로 삼았던 '잠들기 전 한두 편'을 해 볼까도 고민 중이다(이제껏 나는 잠들기 전 넷플릭스 미드 시리즈를 보고 있었다). 

작가들의 책읽기에 대한 글을 읽는 건 동료로서 반가운 일이다. 마치 마주 앉아 잠깐 책수다를 떠는 듯한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에는 늘 작가가 즐겼던 책에 대한 정보나 책을 읽는 방법, 운이 좋다면 글을 쓰는 방법 등의 가르침을 얻는다. 이 책이 그랬다. 


각설하고, 난 틈나는대로 '단편소설'을 읽기로 했다! 이 책 덕분에.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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