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일기>>
1단원만 마치면 부동산학개론을 끝낸다. 시작할 때 보름만에 끝낼 것이라 계획했는데, 난데없는 "비상계엄" 때문에 거의 한달만에 마치는 셈이 되었다. 도무지 뉴스 외에는 손이 잡히지 않아서 곤란한 12월이었다.
한편으로는 중개사 공부 덕분에 잠시라도 복잡한 심경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무조건 인강만 시청하며 '공부한다'고 여겼던 지난 해와는 달리 '기출문제 분석'을 통한 기본서 일독을 한 이번 공부는 훨씬 효율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무작정 기본서를 읽으면 양이 너무 많고, 무엇이 중요한지 몰라서 '과연 1회독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단원별 기출문제집의 문제와 지문을 통한 단원정리는 많이 출제되는 부분과 지문들을 내 손으로 직접 정리하고 확인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뭔가 남았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내년 1월 부터 민법총칙을 시작으로 차례로 공법과 공시법, 중개법령과 세법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독파하려 한다. 약 3개월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계산문제가 많고 범위도 넓은 부동산학개론에 비해 정리하기 쉬울 것 같다. 전과목을 일독하고 나면 바로 부동산학개론으로 돌아가 전체를 2회독, 3회독을 할 예정이다. 7월부터 모의고사를 보면서 총정리를 하고 요약하다 보면 10월 시험을 만나겠지...하고 계획중이다.
이 모든 계획은 단지 바람일 뿐, 꼭 끝내야 할 한 가지 과제가 있다.
바로 "탄핵완성"이다.
이게 불가능하다면 중개사 시험은 개뿔, 언감생심이다.
전 국민의 평범했던 일상은 먼 옛날의 일이 될테니까 말이다.
이토록 심란한 세모를 맞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는 후회와 각오, 그리고 희망의 시간이어야 할 이 시간이
헌재의 판단에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으니, 정말 살다가 별 일을 다 만난다 싶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12월 3일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보면 정말 끔찍하다.
만약 그놈들의 계엄이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국민학교 5학년 때 계엄을 만난 나는 계엄을 목도한 적이 있다. 집앞 파출소를 군인이 차지하고 있고 국방색
짚차와 트럭들이 버스만큼이나 자주 다니던 모습을 기억한다. 대학생인 주인집 딸은 집에 오는 길에 군인들로부터 불신검문을 받았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펑펑 울었던 것도 목격했다. 술꾼인 아버지 때문에 12시 통행금지를 넘겨 파출소에서 갇힌 모습도 숱하게 봤다. 이 모습들의 공통점은 오직 하나다. '자유박탈'
사람사는 세상에서 먹고 싸고 자는 것이야 뭐가 다르겠는가.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사람구실을 하지 못한다.
다행히 자유의 소중함을 아는 국민들, 당연한 권리를 누가 손대는가 격분한 국민들 덕분에 계엄은 지켜냈지만,
사람들의 말대로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더 바랄 게 없다. 마음 편하게 온 신경을 끄고 깊은 잠을 자고 싶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한 마음으로 하루를 기대하고 싶다.
평범했던 이런 순간이 이토록 간절해 질 거라고는,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