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묘비에 적힌 이름 앞에 '학생'이 붙는다.
관리가 되지 못한 거의 모든 백성은 평생을 배우다 죽어서 학생을 붙인다고 한다. 나는 학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이 단어만 떠올려도 10년은 훌쩍 젊어진 느낌이 든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녔을 때 퇴근을 하면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바꿔 신었다. 일종의 학생으로의 변신이다.
학생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아직 다 모르기 때문에 배우고 있어서 학생이다. 학생에게는 스승이 있고, 동료가 있다.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고 부족하면 또 배우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학생이다. 학생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푸른 하늘 아래 서 있는 푸르른 나무' 의 이미지가 내 머리 속에 부웅~ 하고 뜬다. 오뉴월 중고등학교 교정 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 에서 바라본 하늘의 이미지가 아닐까. 난 그 나무 아래서 팔베개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무슨 생각 중이었을까.
'나이를 먹어 뜻을 펼쳐야지, 무슨 배움이냐'고 누군가 퉁을 놓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래서 내가 글쟁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느끼지 못했던 느낌을 배울 때, 그리고 깨달을 때 시야가 더 밝아지는 느낌, 난 그것이 정말 좋다. 그래서 책을 읽는지도, 남의 이야기를 주워 들으면서 그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글을 쓰는 건 그런 느낌을 찾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남기는 것이고.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이 단지에서 저 단지로 물을 옮겨 붓듯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스스로를 학생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영락없는 학생이 맞다. 중요한 건 학생은 절대로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학도 즉 나이든 학생은 있어도 늙은 학생은 없단 뜻이다. 나는 늙은이가 아닌, 나이든 학생으로 살다 가고 싶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