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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읽어야 할 글

by 리치보이 richboy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소설 읽기의 놀라운 장점 중 하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내면을 읽고 경험하면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사람이 우리만큼 운이 좋았던 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또한 소설은 구체적인 조언과 훈계로 강감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을 기억할 것이다.


어리고 연약했던 시절, 아버지까세 한 가지 조언을 해주셨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우리 아이들도 이 말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아이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한 모든 훌륭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소설 속 닉 캐리웨어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아이들에게 이러한 조언을 분명하게 상기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직접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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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EMA 님의 인스타그램 >>



사춘기가 오면 감수성이 폭발한다. 평소 갖던 느낌의 백 배로 내 마음을 울린다. 그래서 별 일이 아닌데도 격하게 반응한다. 기쁠 일이 있으면 엄청 기뻐하고, 슬픈 일이 생기면 당장 죽을 듯 슬퍼한다. 이런 과한 행동은 아이가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생기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내 아이가 몽정을 하고 여자 아이가 생리를 하듯 어른이 되어가면서 일어나는 '성장통의 일종'인 것이다.


이토록 자연스러운 일인데 정작 아이는 혼란스러워 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뭉뚱그려 '질풍노도의 시기'니 '중2뼝'이니 평가할 뿐, 내버려둔다. 오히려 부모는 마치 광기에 빠진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후견인인 듯 '피해자'를 자처한다. 아니다, 결코 아니다. 젊어본 적 있는 나는, 나의 성장통과 배우자의 성장통을 나눠 가진 아이의 혼란스러움을 십분 이해해야 하고 함께 나눠가져야 한다. 아이의 갑작스런 변화를 만나면 '내가 아이였을 때 이런 상황에 어떤 기분이었을까, 내가 무엇은 건드린 걸까?'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


그 시절 나는, 교회를 함께 다니던 한 살 위의 누나를 좋아했다. 첫사랑이었다. 고백하지 못하는 슬픔을 더 하게 한 건 내가 가자 좋아하는 형의 여자친구란 걸 나중에 알았던 거였다. 형이 이유없이 싫어졌고, 바보 같은 형을 좋아하는 누나가 안타까웠다. 이렇게 복잡한 내 마음을 모르고 마냥 어린애로 보는 부모가 끔찍하게 미웠다.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할 사람이 나를 몰라주니, 모든 원망을 부모에게 돌렸다.


심장이 터질 듯한 괴로움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사는 나를, 아무렇지 않게 보고 '씻고 밥을 먹어라', '뭘 먹었으면 양치를 해야지' 같은 시답지 않은 일로 나를 귀찮게 하는 부모가 증오스러웠다. 그냥 아무 말 않고 나를 1분 정도 안아준다면, 나는 그 품 안에서 펑펑 울 것 같은데 말이다.


아이에게는 공감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또한 아이 역시 '공감력'을 길러야 한다. 남들의 사정을 듣고 '아,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구나.', '이 일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력은, 소설이 도와준다. 소설읽기의 참맛은 '동일시'다. 소설책 한 권을 읽으면서 현실의 나를 잠시 잊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남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경험은 마치 '다른 삶'을 산 듯한 착각을 심어준다. 혼란한 아이에게는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 가성비로 그만한 게 없다.


세월이 좋아져서 청소년문학상 작품들이 매년 적지 않게 쏟아진다. 요즘 아이들이 읽기에 시의적절한 상황와 배경, 그리고 말투로 아이들을 휘어잡는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유명한 작품들도 꽤 많다. 사춘기와 책읽기는 묘하게 궁합이 맞다. 사춘기 시절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비교적 조용히 사춘기를 보낸 경험도 있을 것이다. 독서는 단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틀림없는 진리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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