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이상한 일에 빠져있을 수도 있다. 자기가 속한 헤비메탈 밴드의 실력이 형편없거나 자녀의 래퍼로서의 실력이 거의 귀에 거슬릴 정도일지도 모른다. 자녀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마음에 안 들거나 자녀의 꿈이 거의 실현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녀의 실력이 실제로 뛰어나고 프로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잇다. 적절한 격려과 지원만 있으면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은 자녀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중요한 기회들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부모의 가장 중요한 임무일까? 부모의 가장 첫 번째 의무는 자녀의 팬이 되는 것이다. 그냥 팬이 되는 것이다. 자녀가 재능을 갖고 있든 아니든, 기회가 있든 없든 그냥 아이의 팬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들은 가정에 트레이너나 교관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들은 냉엄한 현실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심지어 멋진 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당신이 돈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당신은 선생님들을 질책할 필요도 없다. 집착할 필요도 없다.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팬이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며,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들은 스토커나 폭군 같은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팬이 필요하다. 그냥 자녀의 팬이 되어 주자.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니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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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차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큰 차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기차였다. 어릴 때부터 사 모은 기차가 몇 량인지 모를 만큼이다. 재작년까지 전 세계에 있는 기차들을 파악하고 속도와 가격까지 줄줄이 외우고 있었다. 그래서 얘가 나중에 '철도공무원이 되려나 보다'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기차에서 버스로 옮겨갔다. 대한민국 버스의 역사와 모델을 연구하더니 아이의 피아노 연습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내고 있던 내 유튜브 계정을 빌려 버스들을 영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를 빌려 쓰더니 나중에는 밖에 나가 지나가는 버스나, 정류장에 멈춰 있는 버스를 직접 찍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동영상 편집기술을 홀로 익히더니 영상들을 콘텐츠로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백명이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된 아이, 나중에 버스 운전수가 될 지 유튜버가 될 지 모르겠다.
지난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가 갖고 싶어 하던 자동차 핸들 세트를 사 주었다. 이전에는 부모 몰래 키보드로 운전을 하곤 했었는데, 자동차 핸들 키트를 갖는다는 건 '운전을 허락한다'는 뜻이기도 해서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지난 주에는 가정의 달(이유도 참, 많다) 선물로 '유로트럭'이라는 드라이빙 소프트웨어를 사 줬다. 유럽의 주요 도시의 도로를 그대로 복원한 뒤 콘테이너 트럭으로 운전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보기에도 훌륭하니 운전을 하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새로운 도시가 나오면 "아빠!"를 찾는다. 자신의 기분을 공감해 달라는 것이다. 장래 희망이 이번에는 '콘테이너 운전수' 인가 싶어 흠칫 거리면서도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니', 그 모습을 보기가 좋다.
'아이가 무엇을 하든 첫번째 팬이 되라'는 라이언의 말은 가슴으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머리로는 힘들다. 아직 덜 떨어진 아빠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든, 네가 좋으면 되지'라고 응원하고 있다. 그래야 아이와 계속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나는 그게 필요하니까. 내 아버지가 나한테 한 것처럼 '눈치'는 주고 싶지 않으니까. 제 엄마는 이런 상황에 눈을 흘기지만, '할 것 다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지 않겠나' 며 내가 애써 커버를 하고 있다. 다음은 또 무엇을 운전한다고 할까. 비행기는 사야 할 것이 꽤 많던데...벌써부터 걱정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