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늦은 오전까지 청소를 하느라 점심을 늦게 먹었다.
돼지갈비에 잘 익은 총각김치로 밥 한 공기를 비우고 나니 늦도록 밥 생각이 없었다.
한창 자라는 아이는 배가 고프다 하고 외식을 하자는데, 아내와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것 저것 먹겠다 하다가 결국 선택한 것이 돼지국밥.
나가서 혼자 먹으면 좋을텐데, 그건 순전히 내 바람이었다.
아이를 위해 포장을 하러 돼지국밥을 사러 가는 길, 짙은 노을이 핑크빛 구름을 만들었다.
흐트러진 솜사탕 같은 것이 가까이 가면 구운 설탕내가 날 것 같았다.
아이의 저녁을 챙겨주고 나니, 나 역시 입이 궁금해졌다.
배가 고픈 것은 아니고, 뭔가 땡기는...이거다!
팥빙수를 먹기로 했다.
지난 해 여름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할 때에는 '비비빅'을 그렇게 먹었다.
유당불내증 같은 것이 있어서 우유를 마시는 건 고사하고 우유로 된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등을 먹으면 배탈이 나곤 해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면서도 잘 먹지 못했다. 해서, 무른 팥소를 얼린 것 같은 '비비빅'만 대고 먹었다. 문제는 이 녀석이 너무 달아서 한 개를 먹으면 아쉽고 두 개를 먹으면 달아서 불쾌한 기분까지 든다는 것.
그 때문에 올해는 비비빅 대신 밭빙수를 먹고 있다. 그것도 집에서 얼린 얼음으로 빙수메이커에 돌려서 내가 원하는 재료들로 토핑해서 먹고 있다.
큰 얼음을 갈아 국수그릇 가득 눈꽃을 만들어 놓고
우유 대신 서리태 두유를 넣고, 트로피컬 캔 속 후르츠 몇 술,
연유와 시럽 대신 빙수팥을 많이 넣은 뒤 빙수 떡을 한웅큼 넣으면 끝!
그리 달지도 않은 것이, 빙수팥과 떡 그리고 두유가 잘 어울어져서 맛이 별미였다.
미숫가루 한 두 스푼 더하면 그만일 것 같은데...다음엔 인절미 떡을 사다 빙수에 넣어야지 생각했다.
한그릇을 뚝딱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추울만큼 속이 시원해졌다.
물비빔냉면 한 그릇을 국물 째 먹고 난 기분이랄까. 추웠다.
여튼, 오늘 저녁은 이걸로 끝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