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탈레브 블랙스완 안티프래질 #주식투자 공격보다 수비
주인에게는 칠면조가 한 마리 있다. 주인이 매일 먹이를 가져다준다. 먹이를 줄 때마다 주인이 순전히 칠면조를 위해서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인생의 보편적 규칙이라는 칠면조의 믿음은 확고해진다. 1,000일간 칠면조에게 먹이를 주어 신뢰를 쌓았던 주인은 1,001일째 돌변한다. 칠면조가 맛있는 먹이를 먹으면서 안온한 삶을 산 1,000일간의 경험은 그가 맞닥뜨리게 되는 1001일째의 운명을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코노미 조선 477호 2023년 02월 & 나심 탈레브 <안티프래질>
이야기 속 칠면조는 매우 어리석다. 1,000일 동안 주인이 먹이를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인을 완전히 신뢰해 버렸다. 1,001일째가 자신의 제삿날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스스로 0%로 만들어버렸고, 예측할 수 없는 1,001일째 제삿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칠면조 이야기는 사실 인간에게 벌어지는 일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급속한 경제 성장이 영원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1997년 IMF 사태를 대비하지 못하였다. 미국의 경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를 대비하지 못하였다. 인류의 방역 체계는 굳걸하다는 믿음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를 대비하지 못하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인간은 처음 위기를 겪게 되면 그 이후에 대책을 세우게 된다. 나중에 예상하는 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상 밖의 큰 위기가 오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2021년~2022년에 주린이들이 삼성전자, 카카오, 테슬라 등의 성장주, 미국 기술주 3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여 큰 손실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린이들은 주식 투자로 이익을 볼 생각만 했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는 "수비가 공격보다 10배는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투자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투자 장인도 수비를 먼저 생각하고 공격에 들어간다. 하물며 주식 경력이 일천한 주린이가 이익만을 생각하고 군중심리와 탐욕에 휩쓸려 공격만 하는 것은 방탄조끼 하나 입지 않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 제대로 쏠 줄도 모르는 총 한 자루 들고 달려드는 것과 같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주린이는 가진 것이 없으니 재산을 모두 걸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이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쉽게 내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방탄조끼가 없으면, 방탄조끼를 구할 방법을 찾는 게 먼저이다. 총알을 피할 방법을 찾는 게 먼저이다. 대비가 되지 않았다면 함부로 투자 전장에 뛰어들면 안 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영원히 오르지도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 상승 사이클을 타지 못했다면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충분히 칼을 갈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단, 자신의 총과 칼이 예리해질 수 있도록 공부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 후에 다음 사이클에서 기회가 올 때 제대로 올라탈 수 있다.
주린이라면 명심하길 바란다. 칠면조가 되어 주인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대비해야 한다. 생존은 당신의 선택과 책임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