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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30. 2021

점심시간, 소소한 행복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퇴근시간 다음으로 기다려지는 즐거운 시간이다. 매번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지만 비슷한 루틴으로 메뉴는 정해진다. 일본 드라마의 《런치의 여왕》때문에 나는 오므라이스를 좋아하게 되었다. 볶음밥을 감싼 노란 달걀 위에 뿌려진 데미그라스 소스의 색감,  여주인공 다케우치 유코가 오므라이스를 한입 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로 오이시이(맛있다)를 외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식당과 메뉴를 스크랩해서 점심시간마다 순례한다. 가성비가 높은 런치타임 메뉴를 먹으며 행복감에 빠지는 것, 이것이 인생의 기쁨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런치의 여왕》 영향으로 나도 한동안 점심시간에 맛집을 찾아다녔고, 동료들과 행복한 점심시간을 즐겼다.


오늘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남산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공원에 있는 다양한 꽃들이 같이 약속이라도 했는지 한꺼번에 꽃이 피었다. 개나리, 철쭉, 목련, 벚꽃 등 어디를 봐도 사방이 꽃이다. 날씨는 따뜻하고 옷차림은 가볍고 마음은 평온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뒷모습만으로도 그들이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매번 올 때마다 회사 근처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는 거에 감사한다. 나는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주변 환경을 충분히 활용한다. 남산공원, 도서관 , 서울로, 남대문 시장은 내가 점심시간에 즐기는 소소한 일상이다.


나는 몇 년 전에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점심을 간단하게 먹는다. 처음에는 500칼로리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다가, 덴마크 다이어트 식단을 해보다가 지금은 닭가슴살, 삶은 달걀, 샐러드 위주로 먹고 있다. 워낙 메뉴가 간단하고 빨리 먹는 체질이라 점심은 몇 분 걸리지 않는다. 도시락을 먹으면 거의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운동도 할 겸 회사 주변을 산책했다.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니 하루 중에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어렵다. 때때로 동료들과 샌드위치를 사서 공원에서 먹고 담소를 나누는 것도 즐겁지만, 혼자 산책하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도 편안하게 하는 시간도 소중하다.


한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하고 있다. 사무실의 위치가 몇 번의 변동이 있었고 점심시간에 즐겼던 소소한 행복을 떠올려 봤다. 점심시간 짧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나름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  점심 산책

덕수궁- 돌담길- 정동교회 로터리-시립미술관을 산책하면 활기차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곳을 걸어 다닌다. 정동교회 로터리에 가끔 바자회도 열리고, 돌담길에서 음악회도 한다. 벚꽃 필 때와 단풍 들 때 그곳은 꼭 가봐야 하는 장소이다.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퇴근길에 그쪽으로 걸어가도 운치 있다. 가끔 그곳이 그립다.


2. 성당

서울역 뒤편에 위치한 약현 성당은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장소이다.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 오르막을 나무와 꽃을 구경하면서 올라가면 금세 도착한다. 멀리 숭례문도 보인다.  덕수궁 옆에 있는 성공회는 건물 자체가 운치 있다. 점심시간에 성당 안에 들어가면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3. 서점

예전에 사무실이 강남 교보문고 맞은편에 위치했다. 강남역 근처에 산책할 곳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은 시간이 나면 교보문고에 갔다. 겨울 어느 날 영수증을 응모하면 스키 시즌권을 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스키 시즌권을 당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무언가에 당첨된 거 그때가 처음이었다.


4. 헬스장

헬스장에서 가서 러닝머신 20, 쿼트 50개밖에 못했지만 잠깐의 운동  샤워를 하면 기분이 상쾌해졌다. 가끔 피곤하면 수면방에서 15 정도 숙면을 취하기도 했다. 운동의 효과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달을 꾸준히 다녔다.


5. 도서관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책도 빌리고 돌아온다. 저렴하면서 영양이 고루 갖춘 식단으로 맛도 좋다. 이상한 일은 분명 배부르게 먹었는데 금세 배가 고프다.


6. 사내 동호회

우쿨렐레가 유행일 때 회사 내에 동호회가 있었다. 회의실에서 도시락을 간단히 먹고 우쿨렐레를 함께 연주했다. 회사일 외에 취미가 있다는 게 즐거웠다. 악기는 함께 합주를 하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


7. 꽃시장

기분 우울할 때 꽃시장에 가면 금세 기분이 풀린다.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꽃들에 눈이 즐겁다. 꽃향기도 좋다. 가끔 한 다발 사서 사무실 책상에 꽂아두면 힐링이 된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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