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웬만큼 좋은 건 좋은 게 아니다.
이번 글에선 며칠 전 월트 디즈니의 CEO로 깜짝 복귀한 밥 아이거가 사회 초년생 시절에 자신의 상사들에게 배워 오늘날까지 실천해오고 있는 경영의 원칙들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제 뉴스를 자주 보시는 분들이라면 밥 아이거가 은퇴를 선언한 지 1년도 안 돼 다시 디즈니의 CEO로 복귀했다는 뉴스를 접하셨을 텐데요.
디즈니가 떠난 지 1년도 안 된 전직 CEO를 구원투수로 불러들인 건 그만큼 회사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3분기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발생한 순손실만 4억7000만 달러(약 6300억원)에 달하는 등 회사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죠.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CEO로서 회사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는 매너리즘에 빠져 쇠락해가던 디즈니를 다시 살려낸 인물로 꼽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밥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에 오르기 전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ABC 방송사의 말단 스태프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가 한 계단씩 자신의 커리어를 키워나가고, 그 과정에서 만난 상사들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밥 아이거는 1974년 7월 1일, 주급 150달러를 받는 ABC 방송사의 말단 스태프로 직장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를 포함해 함께 뽑힌 6명의 스튜디오 스태프들은 조직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직원들이었는데요.
밥 아이거는 이 시절에 대해 “게임쇼와 일일연속극, 토크쇼, 뉴스쇼, 특집방송 등 기본적으로 ABC의 맨해튼 스튜디오들에서 제작하는 모든 프로그램과 관련된 온갖 종류의 하찮은 일을 도맡았다”고 말합니다.
새벽 4시 30분에 조명팀을 스튜디오로 호출하는 전화를 돌리고, 모든 제작 인력이 다 왔는지 확인하고, 촬영 현장에서 먹을 음식을 주문하고, 스튜디오 내 에어컨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등 온갖 잡일을 담당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밥 아이거는 상사와의 첫 번째 갈등을 겪습니다. 회사 돈을 횡령하고 공급업체들에게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던 부서장의 모습을 목격한 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다가 상사에게 찍혀버린 것이죠.
‘2주의 시간을 줄 테니 부서를 옮기던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협박이 날아왔죠.
“나의 방송계 경력은 고작 스물세 살에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고 밥 아이거는 말합니다.
다행히 밥 아이거는 사내 구인구직 게시판에서 ABC 스포츠에서 스튜디오 운영 관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할 수 있었고 ABC 스포츠로 부서를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20대의 밥 아이거에게 누구보다 큰 영향을 미쳤던 룬 얼리지를 만나게 됩니다.
당시 룬은 43세의 임원이었는데요. 이미 10여년 전부터 ABC 스포츠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밥 아이거의 눈에는 그가 'TV의 왕‘으로 비쳤습니다.
“그는 방송 역사상 누구보다도 많이, 우리가 TV로 스포츠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라는 게 밥 아이거가 그에게 바치는 찬사입니다.
이 20대 애송이는 룬 얼리지에게 앞으로 미디어·콘텐츠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한가득 배워나갔습니다. 밥 아이거가 룬 얼리지에게 배웠던 것들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웬만큼 좋은 건 좋은 게 아니다
첫 번째로 ‘조금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모든 걸 시도하는 가차 없는 완벽주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밥 아이거가 룬 얼리지를 처음 만난 건 ABC 스포츠로 옮기기 전, 원래 부서에 있을 때였는데요. 1974년 가을 밥 아이거는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메인이벤트’ 콘서트 현장에 투입됩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콘서트를 생중계하는 방송이었죠.
이 행사의 연출 책임자는 당연히 룬 얼리지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밥 아이거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콘서트 하루 전 치러진 리허설을 마친 룬 얼리지는 부하들에게 모든 걸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구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무대 세트도 다시 만들고, 조명도 다시 설치하고, 공연 순서와 소개 멘트도 다시 조정하라는 지시였습니다.
리허설 공연의 수준이 룬 얼리지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죠.
생방송이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하라는 그의 지시에 말단 스태프이던 밥 아이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를 제외한 다른 스태프들은 룬 얼리지의 말이 당연하다는 듯이 묵묵히 지시에 따라 무대를 새로 만들고, 조명 기구를 옮겼습니다.
이 경험에 대해 밥 아이거는 “웬만큼 괜찮은 것을 발아들이지 않는 태도, 자기가 맡은 일을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데드라인 앞에서도 대담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전형적인 룬의 방식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시청자에게 최고의 방송을 제공하기 위해서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 가차 없는 완벽주의를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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