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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Dec 28. 2022

이병철이 '인재를 얻는 것'보다 중요하게 여긴 한 가지

삼성 창업주가 말하는 사업의 가장 큰 숨겨진 리스크

완벽주의와 극도의 신중함.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인데요. 


이 말처럼 그는 어떤 사업이 됐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매우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운 뒤, 100%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에야 비로소 몸을 움직이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이런 모습에 대해서 ‘돌다리도 두들겨본 뒤 다른 사람이 건너가는 것을 보고 건너간다.’고 표현하는 말이 있을 정도죠. ‘관리의 삼성’으로 표현되는 삼성의 조직문화에도 창업자의 이 같은 성향이 깊게 배어있고요.


하지만 그를 이처럼 모든 걸 사전에 계획한 뒤 100% 성공할 수 있는 안전한 사업에만 도전한 인물로 여기는 건 그의 반쪽만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고 할 지라도 이 세상에 ‘100% 성공할 수 있는 안전한 사업’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어떤 사업이건 실패의 위험은 뒤따른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것은 처음부터 실패의 여지가 있다는 불안을 안고 착수하는 것이다. 100%의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착수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속에 불안을 품은 채 착수하면 주저하여 전력투구를 못하게 된다. 배수진을 치고 백척간두에서 단호히 결행해도 예기치 못한 장애에 부딪히거늘, 하물며 출발부터 의심하고 망설이면 될 일로 안 되는 법이다.” 



그가 자신을 이미 만들어진 성공에만 도전하는 ‘안정 추구의 완벽주의자’로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답한 말인데요.


이 말을 보면 그가 그토록이나 사전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던 이유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사업으로 스스로를 거침없이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도전의 규모만큼 리스크도 커진다면, 그 리스크를 최대한 미리 줄여놓는 것이야말로 승리를 갈구하는 승부사가 갖춰야만 자세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승부사 이병철이 자신 앞에 놓였던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냈던 3가지 비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재를 얻는 것보다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인재제일은 나의 신조이며, 인사정책은 언제나 삼성의 경영정책 중에서 최우선의 위치를 차지한다.”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는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 가지 덕목인데요. 이중에서도 인재제일의 철학은 그의 아들인 이건희 회장을 거쳐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는 삼성그룹의 핵심 경영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재를 ‘확보’하는 일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인재제일 철학의 정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인재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야 말로 우수한 인재를 얻는 것보다 그가 더 중요하게 여겼던 일이기 때문이죠. 


6‧25 전쟁 정전협정을 한 달가량 앞뒀던 1953년 6월 그는 부산에서 제일제당 설립에 나섰는데요.


당시 한국에는 대형 생산기계를 설계하고 제작할 능력이 없었기에 대부분의 장비는 일본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다나카 기계에서 제작한 기계를 수입해 들여왔죠.



그런데 주문한 기계 장비들이 모두 부산항에 들어왔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깁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배일(排日‧일본을 배척함) 정책 탓에 일본인 기술자들의 입국이 불허됐던 건데요. 


돈을 들여 기계를 수입해놓고도 조립할 인력이 없어 손 놓고 있어야만 하는 처지가 됐죠.


이때 일본 기계회사를 비롯해 그의 부하 직원들 중 다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본 엔지니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기계에 대한 지식도 기계를 조립해본 경험도 변변히 갖추지 못하고 있는 삼성이 무턱대고 설비 조립에 나섰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의견이었죠.


하지만 이병철은 이 같은 ‘합리적인 의견’을 따르는 대신 얼핏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섭니다. 삼성 직원들이 직접 기계를 조립하는 선택을 내린 건데요. ‘국내 기술진만으로도 공장을 완성할 수 있다’는 김재명 공장장 등 소수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합니다.



“(일본 기술진의 파견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은)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의 기술로 제당공장의 건설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말로도 들렸으므로,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국인 기술진으로 꼭 해보이고 싶었다.”


“일단 마음을 정하고 나니 자신과 용기가 솟아났다. 나는 하루도 건설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작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국제전화로 다나카 기계에 문의했다. 당시의 국제전화 사정은 아침에 신청하면 오후 혹은 다음날 아침에나 간신히 연결이 되었고, 감도도 아주 나빠서 싸움이라도 하듯 고함을 지르기 일쑤였다.”


 “전문적인 기술용어가 많아 더욱 성가셨다. 서신 문의는 왕복에 2주일이나 걸렸으므로, 작업을 중단한 채 기다리는 일도 허다했다.”


그리고 이런 악전고투 끝에 이병철과 직원들은 6개월 만에 공장을 완공하는 데 성공합니다. 애초에 예정됐던 공기보다 두 달가량 일찍 공사를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공장이 완공된 후에도 넘어야 할 장애물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는데요. 시운전 때는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성분별로 분리하는 원심분리기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3일 동안 문제 해결에 매달린 끝에 한 용접공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발견할 수 있었죠.


그리고 이런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은 뒤에야 마침내 제당 기계에서 순백의 설탕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한 첫 번째 설탕이었습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다른 곳에 숨어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병철은 평생에 걸쳐 실천하게 되는 중요한 교훈 한 가지를 얻게 되는데요. 공장 건설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자체적인 기술력과 경험, 노하우를 보유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외국에서 좋은 장비를 들여온다고 해도 결코 핵심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공장은 불타 없어질 수 있어도 직원들의 머릿속에 스며든 지식과 경험, 그들의 손 끝에서 발현되는 노하우만큼은 누구도 훔쳐갈 수 없다는 사실도요.



그리고 직원들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장 건설 단계부터 최대한 스스로의 힘으로 일을 추진해나감으로써 제품 생산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직원들의 교육‧훈련 과정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살펴본 제일제당 건설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그의 첫 번째 교훈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회사에 들어온 인재들을 제대로 키워내는 것이다." 


"경영자의 역할은 사업의 과정 자체가 직원들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트레이닝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입니다.


누구보다 조심스럽고 치밀한 전략가로 불리는 그가 해외 기술진의 조력을 최소화한 채 제대로 된 경험과 기술력도 갖추지 못했던 회사 임직원들의 힘만으로 공장 건설과 설비 조립에 나서는 모험을 단행했던 것은 


‘핵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이 '무모한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해준 다른 두 가지 비결에 대해 더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해놓은 <아웃스탠딩> 원문 글을 클릭해주세요)



홍선표 레드브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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