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그는 왜 '독이 든 성배'를 선택했나.
올해는 지금까지 약 50권의 책을 읽었네요. 인천 주안도서관 다독왕으로 뽑힌 초등학교 5학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의 책을 읽은 거 같습니다.
위 문장은 제가 올해 읽은 50권 분량의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와 교세라 명예회장에 대해 다룬 <인덕경>에 나와있는 문장입니다.
그냥 저 문장만 읽으면 자신이 결정한 근거에 대해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나열하면서 담담히 설명한 문장 같은데 저는 왜 이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을까요.
이나모리 가즈오가 파산 직전까지 간 일본항공(JAL)의 회장의 취임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78세였습니다. 일본항공의 경영을 맡아 회사를 살려달라는 일본 정치계와 재계의 요구에 밀려 회장직에 오르게 됐죠.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지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미 빚이 34조 원이나 쌓여있는 회사의 경영을 맡아 회사를 부활시킨다는 건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죠. 자칫 회사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경영의 신도 별거 없구나'하는 조롱이 따르게 되고요.
애초에 본인 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회사인 데다가 자기 역시 수십 년 동안 제조업 분야에서 일했을 뿐 항공업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죠.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상황에서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본항공의 회장직을 수락할 이유는 없는데요. 다른 유명한 경영자들도 저 상황에서는 대부분 회장직을 거절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겠다고 결정하고 부하 직원 3명 만을 데리고 침몰 직전의 난파선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위에 나와있는 이유 때문이었죠.
이것이 그가 일본항공 회장직을 수락하며 내건 조건 두 가지입니다.
높은 연봉이나 스톡옵션 그런 건 필요 없고 그저 일본항공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 그리고 그들 가족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일본항공 경영을 맡은 지 2년 만에 회사 역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면서 일본항공의 경영을 정상화시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몇 년 전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항공 회장 시절 편의점 주먹밥 2개로 저녁을 때우면서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투혼을 불살렀던 기억을 떠올렸는데요.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는게 그의 말입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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