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ulative Design ; 미래를 디자인하는 방법
앞의 1부에서 이어집니다
[2편 1부]
미래디자인의 전제조건
미래디자인 방법 1. 미래 변화의 신호 찾기 (Signal)
미래디자인 방법 2. 신호를 현재 사회와 연결하여 증폭시키기 (STEEP analysis)
미래디자인 방법 3. 3. 미래의 양상 간의 연결 (Futures Wheel)
[2편 2부]
미래디자인 방법 4. 바라는 미래로 수렴하기 (Futures Cone)
미래디자인 방법 5. 미래를 위해 현재를 설계하기 (Backcasting)
퓨쳐씽킹(Future Thinking)과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은 무엇이 다를까?
Futures Cone은 미래 시나리오를 분류하는 방법론으로, Joseph Boros가 처음 제안했으며, 1편에서 소개했던 던과 라비의 책 Speculative Everything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원뿔이 중첩된 형태의 이 도구는 현재의 한 시점에서 미래로 갈수록 다양한 결과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원의 너비가 다른 원뿔이 동일한 중심축을 기준으로 겹쳐져 있는데요, 너비가 좁을수록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의미합니다.
Possible(가능성있는): 원의 가장 바깥에 있는 영역으로,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예측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행성 충돌로 갑작스런 지구의 종말, 바퀴벌레가 빠르게 진화하여 거대 바퀴벌레가 되어 인류를 괴롭히는 것들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일상을 보았을 때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죠?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각각 이미 영화 돈룩업(Don't Look Up, 2021), 맨인블랙(Man in Black, 1997)에서 등장했던 시나리오기도 하지요.)
Plausible(그럴듯한): 이 영역은 가능성이 중간 정도 되는 미래 시나리오를 의미합니다.
Probable(개연성있는): 이 영역은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에 해당합니다. 너무나 쉽게 예측되거나 이미 들어본 것들입니다. 스마트폰 대신 AR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것이 보편화될 것, 기후변화로 수백 종의 생물이 멸종될 것이 개연성 있는 예측으로 볼 수 있습니다.
Preferable(선호되는)은 조금 다른데요, 그림에서 노란색을 띠는 이 영역은 앞서 소개한 세영역에 모두 걸쳐져 있습니다. 여러 미래 시나리오 중 우리가 선호하는 미래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그럼 이제 Futures Cone 활용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해 볼게요.
먼저, 이 도식은 아주 커야 합니다. 여러 미래 예측을 배치해야 되거든요. 벽에 그리거나 온라인 화이트보드 툴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그런 다음 현재 시점에 앞에서 사용한 시그널을 놓고, 여러 미래 예측(포스트잇)을 원뿔 위에 배치해봅니다. 설명의 편의상 원뿔 중앙의 파란색 선을 기준으로 그 상단에 붙여보았는데요, X축으로는 시간(이 예측이 몇 년 후에 일어날 것인지), Y축으로는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위치를 잡아봅니다. 각 예측의 근거가 수치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참여자 또는 이해관계자가 함께 진행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각 예측끼리 상대적으로 비교하면서 진행하면 더욱 좋습니다.
X축의 시간은 목표하는 타임라인에 따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에서부터 5년 뒤의 근미래에 대한 시나리오일 수도 있고, 50년 뒤의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에서는 약 30~50년 후의 미래까지 그려보는 것이 보통이지만, 상상이 어렵다면 그보다는 가까운 미래도 괜찮습니다.
각 미래 예측을 원뿔에 배치했다면, 다음 단계로 그중 ‘선호하는’ 예측을 파란 선 아래의 푸른색 영역으로 옮깁니다. 이 과정 역시 참여자들 간의 의견 취합이 중요합니다. 어떤 가치를 더 추구할지, 미래의 어떤 양상까지 우리가 기대하는지에 대한 조율을 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먼저 선정하고 시작할 수도 있겠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예측하는 미래는 희망적인 모습만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디스토피아를 말하기 두려워합니다. 큰 자본이 들어가는 신사업을 준비하는 것이라면 부정적인 결과를 더욱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행히도 미래디자인 방법론으로 두려운 미래를 안전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재난 영화를 보고 경각심이 생겨 재난 키트를 구비하는 것처럼요. 그러므로 더욱 과감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부정적인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어떤 사건, 또는 내가 속한 조직이 준비하고 있는 어떤 기술이나 서비스가 미래에 무엇인가를 소외시키거나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해 이해관계자들 간에 공감을 하고 경각심을 느꼈다면 미래디자인 방법론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디자인은 부정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까지 미리 예측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앞에서 우리는 미래 시나리오를 가능성과 시점으로 분류하고, 그중 선호하는 시나리오를 선정했습니다. 그 미래에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백캐스팅(Backcasting)은 지속가 능한 경영에서 주목하는 기법으로, 선호하는 미래사회를 먼저 예측하고 이를 현재로 가져와 액션 플랜을 짜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백캐스팅 기법을 미래 디자인 방법의 마지막 단계에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선호하는 미래에 다다르기 위해서 어떤 이해관계자가 관련이 있는지, 누가 가장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면 기술 로드맵을 세워보고,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면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파악하고 수집합니다. 현재 시스템에서 우선으로 무엇을 혁신해야 되는지도 점검합니다.
선호하는 미래의 시점이 멀수록 계획이 어렵고 불분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고, 의사결정의 순간이 올 때마다 선호하는 미래로 가는 방향이 맞는지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발전보다, 선호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과 영향력을 고려한 발전은 일관적이면서도 옳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습니다.
앞에서 우리는 미래디자인이 말하는 전제와 미래디자인을 하기 위한 방법 5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워크샵 형태로 포스트잇을 사용하며 아이디어를 확산하고 수렴하는 과정이 디자인 씽킹과 비슷해 보이는데요, 퓨쳐 씽킹(Future Thinking)과 디자인씽킹은 어떤 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애나 루미안세바Anna Roumiantseva의 글을 인용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디자인씽킹과 퓨처씽킹은 모두 확산과 수렴을 거칩니다. 차이점은, 디자인씽킹은 결국 하나의 제품으로 수렴되지만, 퓨처씽킹은 ‘바라는 미래의 시나리오’로 확장됩니다. 퓨처씽킹에서 도출한 미래 시나리오 중 하나를 가지고 디자인씽킹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 시점의 세계관을 구축한 다음, 그 세계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것이며, 어떤 제품을 사용할지 예측해보는 거죠. 이 과정에서 나오는 프로토타입이 곧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아웃풋이 되기도 합니다. (1편의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예시 참고)
디자인씽킹과 퓨처씽킹은 목표와 태도 측면에서 서로 차이점이 있습니다.
디자인씽킹은 우리가 창조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디자인씽킹의 결과물은 오늘날을 위한 제품, 서비스, 경험이 됩니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는 낙관적 확신에 의존함으로써 목표에 도달하고 본질적인 모호함을 처리하게 합니다. 정성적 조사 위주의 근거에서 인사이트를 찾고, 빠르게 만들어서 테스트하고, 수정해서 다시 시도하는 방법으로 불확실함과 실패의 확률을 줄여나가는 방식이죠. 반면 퓨처씽킹은 앞으로 우리가 가질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기회에 대해 더 크게 생각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퓨처 씽킹의 과정에서 내재된 불확실성을 수용하여 실용적이고도 겸손한 사고방식을 유도합니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들임으로써 디자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사전에 줄일 수 있게 합니다.
디자인씽킹은 현재를 기준으로 현재에 최근(약 3년)의 사용자를 관찰하고 근거를 수집한 뒤, 가까운 미래(3~5년)에 사용할 제품을 디자인합니다. 반면 퓨처씽킹은 더 오래된 과거에서부터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10년~50년 후의 미래를 디자인합니다.
디자인씽킹은 인간, 기술,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그 교집합이 되는 아이디어를 도출합니다.
반면 퓨처씽킹은 디자인씽킹에서 다루는 영역 바깥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적인 문제까지 폭넓게 다룹니다.
두 방법 모두 작은 부분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디자인씽킹에서는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보다는 상위권의 리드 유저나 하위권의 이탈자들을 조사하여 문제와 니즈를 발견하기도 하는데요, 퓨처씽킹은 현재에서 보이는 미약한 시그널을 시작으로 디자인을 시작합니다.
두 방법 모두 모호한 컨셉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 퍼소나와 프로토타이핑 기법을 활용합니다. 디자인씽킹은 프로토타입을 통해 컨셉에 대해 반응을 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퓨처 씽킹도 마찬가지로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만들면 선호하는 미래의 모습을 손에 잡히듯이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2편 미래를 디자인하는 방법, 어떻게 보셨나요? 1편과 다르게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미래 디자인 방법론을 프로세스 위주로 가볍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추상적이고 막연하기만 했던 미래디자인을 직접 해보는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질문과 피드백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 라이트브레인 CX컨설팅그룹 김성미
[참고]
https://medium.com/@anna.roumiantseva/the-fourth-way-design-thinking-meetsfutures-
thinking-85793ae3aa1e
https://thevoroscope.com/2017/02/24/the-futures-cone-use-and-history/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