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ulative Design ; 제품이 이해관계자가 되는 미래
앞의 1부에서 이어집니다.
[3편 1부]
Phase 1. 제품 사용 프로세스에 개입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하다
사람-제품-환경의 관계를 들여다보다
제품 그 자체로 존중하고 공감하다
동양적 세계관으로 관점을 바꿔보다
[3편 2부]
Phase 2. 제품이 이해관계자가 되는 세상
제품은 이해관계자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으로 그려본 미래
공감과 동양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품을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가정해 볼 때, 우리는 제품을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해관계자란 어떠한 일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개인 또는 그룹이다
앞에서 본 사람-제품-환경 관계도에서 알 수 있듯이 제품이 사람의 니즈와 행동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고 영향을 끼치기도 하니 확장된 개념의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한다면 사람과 제품이 동등한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사람과 제품이 동등한 관계를 가지려면, 사람과 제품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품도 사람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사람은 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제품을 ‘서비스 제공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품은 애초에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컵은 사람이 음료를 담아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옷은 사람의 신체를 보호하고 개성 표현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연구하는 미래학자 존 타카라 역시 우리는 제품 자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자동차, 냉장고, 자동응답기, 복사기 등의 기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계약의 일환으로 ‘대여’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제품 자체를 구매하기보다는 이동하고, 차갑게 유지하고, 메시지를 받고, 복사를 하는 행위를 구매하는 것이다.
Many of us already lease, rather than purchase, a device as part of a service contract - a car, a refrigerator, an answering machine, a photocopier. In so doing, we purchase performance - moving, cooling, message taking, or copying-rather than the product it self. - John Thackara
제품이 서비스 제공자라고 여기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디자인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이를 위해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을 활용해 보았습니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시리즈 1편에서 소개했듯이, 우리는 디자인을 ‘글이 아닌 함축적이고 시각적인 결과물로 표현하고 더 넓은 대중에게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합니다. 콘셉트카를 통해 미래의 운송기기를 보여주는 것처럼요. ‘제품을 사람같이 여기는 미래’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 미래에 있을 법한 사물이나 조형물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면 환경문제를 새롭게 접근하고, 관점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이 이해관계자가 된 세상, 그중 카페에서 사용하는 머그컵이 의식 있는 존재가 된 미래의 시나리오를 소개합니다.
‘우리 카페에서 근무하는 용기들은 카페 밖으로 출장을 가지 않습니다. 카페 밖에서 이용하려면 개인 컵을 이용해 주세요.’
용기 조합(The Container Union)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음식, 음료 등을 담아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용기(Containers)들의 근로환경을 보호하는 조합입니다. 이들은 카페에서 일하는 컵들이 카페 밖으로 나갔을 경우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더러워질 수도 있고, 상처가 날 수도 있고, 아무렇게나 버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카페는 카페에서 근로하는 컵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테이크아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사람들은 개인이 보유한 컵을 가져와야 합니다.
범죄 이력
오염 17회, 파손 8회, 폐기 3회 : 총 $4
주문내역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차 $2
총 $6
이 계산기는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범죄 이력에 따라 음료 가격을 다르게 매깁니다. 사물을 파손했거나, 더럽혔거나,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모두 제품 입장에서 범죄에 해당합니다. 음료의 가격은 동일할지라도, 범죄이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요금을 더 부과합니다.
카페 선반에는 컵들의 휴식 공간이 있습니다. 컵들은 다음 업무를 하기 전 고유의 자리에서 대기합니다. 각 자리에는 그날 얼마나 일했는지가 표시됩니다. 일 근무시간을 채우면 더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머그컵을 위한 구급함은 카페에 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파손된 컵의 작은 조각까지 찾아내는 조각탐지기(Piece Detector), 오염된 조각을 위한 무균 상자(Sterile box), 금이 가거나 깨진 컵을 붙일 에폭시, 금이 간 컵을 보호하는 비닐붕대(Roll Cast) 등을 포함합니다.
용기 조합은 용기들의 근로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무분별하게 만들어지고 남용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에게 용기 대여 서비스 ‘우아한 테이크아웃(Elegant Takeout)’을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는 회원들에게 재사용컵을 대여해주고 반납을 권장합니다. 이 때는 컵 사용료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영수증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기, 뚜껑, 빨대가 누구인지, 그리고 각각의 대여기간이 표기됩니다.
무료 대여가 가능한 이유는 컵을 사용한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 모두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일회용 컵은 컵 자체의 원가는 낮을지 몰라도, 사용 이후 쓰레기를 처리하고 환경을 복구하는데 필요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시에서 쓰레기를 처리하겠지만, 음료 구매 시점에는 그러한 비용이 눈에 보이지 않아 과소비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컵을 사용하는 순간에 영수증의 소비자 가격을 통해 선택의 결과와 영향력을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 역시 일회용 컵보다는 튼튼하고 예쁜 머그잔에 서비스를 받는 것을 선호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내어놓는다면 유리잔에 비해 고객경험이 좋지 않겠죠.) 고객 역시 ‘우아한 테이크아웃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더 나은 경험을 누리면서도 용기들의 복지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는 것은 고도화된 트래킹 기술 덕분입니다. 이 미래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데이터, 특히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트래킹 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기후 신용(Climate Credit) 시스템에 기록됩니다. 기후 신용은 사람들이 제품을 대하는 행동을 신용으로 반영한 시스템입니다. 제품을 무분별하게 구입하고, 함부로 대하고, 폐기하는 것은 환경에 해가 되는 행동이며, 곧 기후 신용 등급으로 반영이 됩니다. 기후 신용은 사람과 제품 사이에 일어나는 인터랙션을 트래킹 하고, 신용 점수로 환산한 후 여러 사회활동에 반영합니다.
이런 미래는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에 대해 평가합니다. 소비 행태는 환경에 밀접하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기후 신용과 협력하고 사람들의 소비에 관여합니다.
기후 신용은 제품의 구매와 사용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평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채용 시점에 지원자의 기후 신용 등급을 참조합니다. 기후 신용 등급이 낮은 지원자는 제품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의 제품도 함부로 다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좋은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가지기 어렵게 됩니다.
제품이 이해관계자가 된 미래 시나리오, 어떻게 보셨나요? 위 프로젝트는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을 활용하여 쓰레기 문제를 새롭게 접근하고 신선한 내러티브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요소로 인정받아 Core77 Strategy & Research Award에서 Student Winner로 수상하고, 서비스 디자인 네트워크(SDN)의 저널 터치포인트(Touch Point)에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제 우리 사회는 디자인이 시각화와 미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을 자극하고 환기하는 역할로 확장되는 것에 주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Core77 디자인 어워드는 2019년부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부문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1편에서 소개했던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의 선구자 앤서니 던과 피오나 라비는 디자인의 문제해결능력의 한계를 인지하고, 관점의 변화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문제를 항상 해결할 수 없고,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전자기 네트워크를 바꿀 수도 없다.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없더라도, 사람들의 관점을 바꿀 수는 있다. Designers cannot always solve problems, we can not switch the vast electromagnetic networks surroundings us all. Although we can not change reality, we can change people's perceptions of it. - 앤서니 던과 피오나 라비 Anthony Dunne and Fiona Raby
2017 두바이 디자인위크에서 발표한 프로젝트 영상을 마지막으로 공유하고 3부를 마치겠습니다. 이 프로젝트 Nonliving Stakeholders 전체 PDF는 이 링크(https://issuu.com/sungmykim/docs/nonliving_stakeholders)에서 확인 가능하며, 질문이나 주제에 대한 토론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 라이트브레인 CX컨설팅그룹 김성미
[참고]
이원화 개념 https://edmblackbox.tistory.com/500
이해관계자 정의 Work Group for Community Health and Development at the University of Kansas.n.d.Section 8. ldentifying and Analyzing Stakeholders and Their Interests. http://ctb.ku.edu/en/table-of-contents/participation/encouraging-involve-ment/identify-stakeholders/main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0111920840872.pdf
https://issuu.com/sungmykim/docs/nonliving_stakeholders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