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보다 중요한 것들
CEO를 비롯해 특히나 인사담당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이 고민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연봉을 더 많이 주면 사람들은 모일 수 있지만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이 일하는 방법에 대해 크게 세 번의 변화를 겪어왔다. 다시 말하면 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문화에 대한 변화들이다.
우리의 선배들,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져온 것이 있으니 쉽게 말하면 '나만 믿고 따라와', '하라는 대로만 해' 식의 문화다. 그저 똘똘한 놈인가, 내 말을 잘 들을만한 사람인가 등등 상사의 눈에 발탁되느냐의 여부가 중요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물론 서로 가족같이 챙겨주고 대소사를 함께 하는 끈끈한 정이 있어 따뜻한 시절이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분명 있다. 훌륭한 리더가 있다면 그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대의 경우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조리에 동참하거나 하는 부작용도 많던 시절이다.
지금의 X세대, Y세대.. IMF이후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이슈가 거세게 일어났던 시절이다. 6 시그마를 도입하고 KPI를 통해 철저하게 객관화시키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패배자로 낙인을 찍던 시절이다.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고 '객관화'라는 명확한 기준점이 세워지기 때문에 한번 세워지면 쉽사리 바뀌지는 않는다. (물론 중간 리뷰를 통해 바뀌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직장인들에게는 별로 달갑지는 않다. 객관화될 수 없는 것까지 억지로 숫자로 표현해야 하고 결과 지향 주의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많이 하더라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목표 숫자를 자꾸 낮추고 도전적이기보단 수동적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MZ세대가 사회인으로 등장하고, 사회가 변화하며 '우리만의 가치'를 찾는 모습들이 많아졌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목소리들이다. OKR, Agile 등 분명 과거와는 일하는 방식,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방식들은 오늘도 변화하고 있다. 더욱이 훌륭한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함께 일하며 함께 성과를 내고자 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몇 년 전 채용 면접을 볼 때의 일이다.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이력서를 검토하고 최종 3인의 면접자를 선발했다. 처음 2명의 면접은 크게 다를 바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가장 어리고 경험 측면으로 봤을 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이 면접자는 달랐다. 본인의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어떻게 우리와 일하면서 이루고 싶은지 등등의 질문을 하고 나서 면접자의 질문 시간이었다.
홈페이지에서 조직문화를 설명하신 내용을 읽었습니다. 진짜 그렇게 하고 계신가요? 사례를 듣고 싶습니다.
다소 당돌하기도 했다. 당황스러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해당 팀장과 나는 거침없이 그 답변을 즐겁게 이야기했다. 거창하게는 회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 올해의 목표, 무엇을 성과로 정의하고 그 성과를 관리하는 방법, 사소하게는 문서를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서 까지도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렇게 거침없이 답변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기본 방향성을 담은 미션, 비전, 목표, 전략 등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일하며 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방법들이 공유되고 그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면접자를 채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회사가 거절한 것이 아니라 이 면접자가 꿈꾸고 있는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연봉이나 처우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에 대해 본인과 맞지 않다고 말한 것이 솔직한 이유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충분히 납득이 가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요즘의 채용과정에서 보면 '우리는 이렇게 일합니다'라고 조직문화를 함께 공고문에 게재하는 사례들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기존의 구성원과 제대로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성과를 내는 데에도, 개인의 성장에도 분명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우리와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와 맞는 사람을 찾으려면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이 정의되어야 한다. 규칙으로 존재하기보다는 그동안 우리가 성과를 내왔던 방식을 돌아보고 그것을 표현해 보는 것도 좋다. 스타트업이라면 구성원들이 함께 이렇게 일해보자라며 정의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결국 일하는 방식, 즉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의 머리와 가슴에 담겨있지 않으면 한낱 종이에 불과하다.
또한, 조직문화를 정의하기 전에는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이유, 핵심가치 등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CEO의 철학과 가치가 아주 크게 반영된다. 실무진에서 올라오는 전략과 목표들은 미션이나 비전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발생하기에 CEO나 HR은 이 부분에 대해 주의 깊게 정의하고 들여다봐야 한다.
결국 기업은 인재 전쟁으로부터 시작되고 끝이 난다.
그래서 우리의 뜻에 맞고, 함께 이루어낼 수 있는, 소위 fit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가치가 중요한 시대에 우리가 고객과 더불어 우리의 목표를 함께 이루어낼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할 때 자랑스럽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하루, 구성원들이 더불어 즐겁게 일하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구성원들이 경영자의 메세지를 오해할 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일할 때: 모두에게 FIT되는 조직문화 선언법 | 가인지캠퍼스 (gain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