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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분쟁 회고

by 골목길 경제학자

의대 정원 분쟁 회고


한국 사회는 이런저런 이유에서 학자가 해야 할 질문이 많은 사회다.


의료 분쟁이 한창이던 작년 6월, 이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의사 집단행동이 사회과학자인 나에겐 퍼즐이었다. 학문에서 퍼즐은 쉽게 설명할 수 없지만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현상이다. 왜 의사만 정원 문제로 행동할까? 왜 전공의가 앞장설까? 왜 대학병원이 주도할까? 이 세 가지 질문에 집단행동이론으로 답을 찾아보았다.


이 중 가장 큰 퍼즐은 세 번째다. 대학병원 의사가 정원 문제로 집단행동을 주도하는데, 다른 전문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로펌 김앤장이 변호사 정원 문제로 집단행동을 할까?


이런 대학병원 집단행동은 한국만의 독특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법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의대와 대학병원이 '공동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원이 1,086명인 반면 하버드 의대는 260명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동 운영 체제를 통해 의대는 대학병원 의사 대부분을 의대 교수로 임용한다. 그 대신 병원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특히 사립 의대의 경우, 병원 수입으로 의대를 운영한다고 봐야 한다. 이 구조가 대학병원으로 하여금 의대 정원 문제에 강하게 개입하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다. 의대 증원은 곧 병원의 비용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동 운영 체제의 기원은 한국 발전 역사와 관련 있다. 한국 전쟁 이후 의대를 설립하면서, 현실적으로 병원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의료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수가 개선, 전공의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대와 대학병원의 분리 운영이 핵심이다. 병원과 의대가 분리되어야 양 기관 모두 자신의 미션에 맞게 발전할 수 있다.


의대-대학병원 통합 운영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의대 정원에 대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원문 링크다.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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