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앞에서 발견한 붕어빵. 몇 년 만에 붕어빵을 먹었다. 천 원에 세 마리. 어렸을 때는 천 원에 일곱 마리는 됐던 것 같은데, 세월은 지나 내 나이는 늘고 붕어빵 개수는 줄었다. 붕어 크기도 줄었다. 슈크림과 팥 중 오리지널 팥을 선택한다.
붕어의 머리부터 시작해 꼬리까지 오물조물 한마리, 두마리, 붕어들이 내 입안으로 사라진다. 차가운 공기 중에 무심코 뿌려진 듯한 투박하지만 고소한 향기가 여전하다. 붕어빵 맛도 그대로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밀가루와 팥이 재료의 전부지만 밀가루 농도, 앙금에 들어가는 팥과 설탕의 비율 등 변수가 크게 변하지 않아 다행이다.
얼마 전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 “다큐 3일”에서 '붕어빵'이 테마로 선택됐다. 코로나로 지쳐 있는 이 시대, 겨울밤 방송 주제로 센스 있는 선택이다. 전국의 붕어빵 가게 몇 군데를 선정하여 사장님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장사를 하시면서 제작진과 나누는 평범한 대화에서 그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
붕어빵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 누군가에게는 사회생활의 첫 경험이 된다. 대를 이어 물려주고 받는 가업이 되기도 한다. 단골 손님들에게 아침 끼니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매일 새벽 하루 장사를 준비한다. 25년째 전국 수십 개의 붕어빵 노점상에 식재료를 배달하는 용달차는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첫째 날, 둘째 날이 지나고 촬영의 마지막 셋째 날까지, 반복되는 정직한 일상을 지켜보는 사이 시청자는 어느덧 그 일상에 친숙해진다. 이런 일상들이 누군가에게서 누군가로 전해지고 전해져 수십 년간 대한민국 고유의 붕어빵 맛이 굳건히 지켜졌으리라.
그런 붕어빵이 나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으로 피어오른다. 조막손으로 붕어빵을 들고 동생이랑 배불리 나눠 먹으며 마냥 즐거웠었지. 성인이된 지 오래지만, 따끈한 붕어빵을 호호 불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은 그대로다.
작년 설 엄마가 강원도 찹쌀 모찌를 베어 먹으시더니 어렸을 적 불에 구워 먹던 맛과 너무 똑같다며 눈물 나게 행복하다고 하셨다.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내는 음식은 우리를 미묘한 동심으로 데려가 아련한 기쁨을 선사한다. 어느새 훌쩍 나이를 먹었다는 새삼스런 놀라움 속에서도 나만의 변하지 않는 소중한 기억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빠르게 변해간다. 앞으로는 더 가속화되겠지. 그 과정에서 나만이 기억할 수 있는 소박한 맛을 잊지 않는 여유와 감성을 간직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