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에의 주의요망

2022년 7월의 그것

by Riley

폭염이 찾아온 주말이었다. 특별한 일정도 없고 주말 근무를 할 필요도 없는, 평범하고 여유로운 주말. 선풍기를 틀어놓고 못봤던 영화를 둘러본다. 언제나처럼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일요일 저녁이 됐다. 내일 출근해서 해야할 일, 점심때 만날 사람들 생각에 아주 조금씩 마음이 조여오기 시작한다. 주섬주섬 미뤄뒀던 파일도 열어본다.


어느 단톡방에 들어가 밀렸던 대화 피드를 읽는다. 누군가에게 다들 내일 수술 잘 하라고, 힘내라고, 기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메시지 대상은 내일 오후 7시간의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누워계신다. 나도 진심을 다하여, 깊이 기도하며 메시지를 보낸다.


조금 전까지 앞동 어느 집에서 계속 짖어대는 강아지 주인 짜증이 밀려왔다. 어제는 청소기를 돌리며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때이른 폭염에 한숨을 푹푹 쉬었다. 주중에는 배려없이 쿵쿵대는 윗집 발자국에 분노했고, 구두 가죽을 엉망으로 만드는 폭우를 원망했다.


창가에 앉아 단톡방에 다시 들어간다. 병원에 누워계신, 내일 수술을 앞둔 분이 여러명의 응원에 감사 메시지로 화답하신다. 메시지와 함께 세상 유쾌한 토끼 이모티콘도 함께 날려주신다. 토끼의 해맑은 표정에 이번주 내게서 뿜어 나왔던 분노, 짜증, 한숨이 한없이 아진다. 부끄럽다.


망각하지 말아야한다. 이웃의 소음도 막상 없어지면 정겹게 그리워질 것임을. 한여름 날씨도 한번 지나가면 다시 반복될 수 없는 2022년 7월의 그것이었음을. 이 모든 일상의 순간순간이 모여 잃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된다는 것을. 매사에 집착할 필요도 없지만, 열린 마음으로 하나하나 집중해야 할 삶의 조각을 이룬다는 것을.


단톡방에서 발랄하게 인사 하는 토끼 이모티콘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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