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O반 학부모님께
안녕하세요.
구OO, 김OO, 김OO, 남OO, 남OO, 박OO, 서OO, 이OO, 이OO, 임OO, 정OO, 현OO, 홍OO, 김OO, 윤OO, 여OO 학생의 담임 교사 OOO입니다.
구OO, 김OO, 김OO, 남OO, 남OO, 박OO, 서OO, 이OO, 이OO, 임OO, 정OO, 현OO, 홍OO, 김OO, 윤OO, 여OO 학생의 담임 교사 OOO입니다.
지난 3월 2일에 정신없이 입학식을 마치고 열여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좌충우돌하면서 1년을 보냈습니다. 돌아보면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던 1년이었습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맡아본 1학년 담임이었기에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덕분에 조금 더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소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녀를 키워본 경험이 없었다면 더 어려움이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8년 전에 2학년 담임을 해본 경험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님께서 보시기에는 분명 부족함이 많은 담임 교사였을텐데 한결같이 응원과 격려로 기다려주셔서 더없이 감사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때론 감정에 휘둘리고, 중심을 못 잡는 경우도 있었는데 묵묵히 지지해주신 모든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아이들은 2학년으로 올라갑니다. 2학년 담임선생님은 누가 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내 맘에 쏙 드는 선생님을 만나는 건 큰 행운이라는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 동안 내 맘을 알아주는 선생님을 두 명만 만나도 성공한 학교 생활이라고 중학교 때 은사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1학년 1반 열여섯 명의 아이들에게 12년 동안 만날 수 있는 좋은 선생님, 두 명 중 한 명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저에 대한 아이들의 평가는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회 없이 가르쳤고,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을 2학년으로 올려보냅니다.
모두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2023년 1월 9일 월요일
담임교사 OOO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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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을 마치고 감사하게도 임용고시에 합격을 했습니다.
3월 발령이 아닌 9월 발령이어서 기간제 교사 자리를 구해 첫 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한 학기만 가르치고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1년 농사가 아닌 잠시 스쳐가는 자리니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기간제 담임을 맡은 3학년 아이들을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무겁게 만났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3학년인데도 1학년 같던 아이, 3학년인데도 5학년 같던 아이. 1학년 같은 아이의 부모님과는 많은 상담을 해야했고, 5학년 같았던 아이에게는 저도 모르게 의지를 많이 하게 됐습니다. 입도 거칠고, 행동도 거칠던 남자 아이들이 다툴 때는 등짝을 세게 때리기도 했습니다. 그 때 그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내가 너네 둘을 얼마나 믿고 든든하게 생각하는데 이렇게 서로 치고 받고 싸울 수가 있어. 선생님이 그만싸우라고 소리쳤는데도 듣지도 않고 계속 싸우고 있고, 이게 뭐하는 거야! 너네한테 실망이 너무 크다. 난 너희 둘을 그렇게 보지 않았어."
아이들과 1학기 마지막 수업을 하고, 학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담은 편지를 띄웠습니다. 저에게 등짝을 맞았던 아이의 어머니에게서 이런 답이 왔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OO이가 선생님을 많이 의지하고 좋아했나봅니다. 그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담임 선생님이 좋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눈이 높은 우리 OO이에게 인정 받으셨으니 어디 가시더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실 것 같습니다. 한 학기 동안 말도 안 듣고 말썽만 피우는 우리 OO이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때였다. 아이들과 1년을 보내고 나면 학부모님에게 꼭 편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편지를 마중물 삼아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여러 사정들도 편지에 담아 풀어내고, 또 답장을 핑계로 학부모님들의 속마음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실천했다. 9월 발령을 받고부터 여러해 동안 꾸준히 실천하다가 어느해부터인가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한 동안 편지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또 편지를 쓰고 싶은 생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록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었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이 잘 따라와줬고, 학부모님들도 많은 불만과 오해, 서운함이 있었을텐데도 묵묵히 믿고 지지해주셨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었다.
편지가 건네졌으니 답장을 기다리는 건 인지상정. 카톡으로 답장을 주시는 분도 있고, 문자메시지로 답을 주시는 분도 있고, 언제나처럼 묵묵부답인 분도 있다. 언제나 나의 기대치는 30%. 열여섯 명의 아이들을 가르쳤으니 그 중 30%인 5명의 학부모에게서 답장이 와도 충분한 답장이라 생각했다.
1학년 아이들을 후회없이 가르쳤다. 원없이 가르쳤다. 부족한 부분은 다음에 다시 1학년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보완해서 가르쳐보고 싶다.
현직 담임이라서 아이들을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하고, 토닥여주지 못했다. 자칫하면 편애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드는 애정표현에 적극적인 아이들을 애써 밀쳐내고 딱딱하게 대했다. 이제 현직 담임이아니니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좀 더 따뜻하게 안아줘도 될 것 같다.
1학년 후배들을 맞이하는 열여섯 명의 2학년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2023.1.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