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것과는 별개로 절대자가 필멸자에게 주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걸 좋아했다. 거대하고 전능한 무언가가 인간에게 준 사랑의 형태가 있다면 그건 자유의지를 줬다는 게 가장 큰 표현일 거 같다고 느꼈다. 전지전능하고 아득하게 영원이라도 불러도 좋을 만큼을 존재해 온 것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우리가 하는 선택과 생각들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없게 보일 것이며 그 선택이란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게 보일까. 어쩌면 가장 현명하고 옳은 판단이 그의 시선에는 바로 보이는 숨 쉬는 것처럼 아주 당연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얼마나 어리석든 욕심을 부리고 고집을 부리든 간에 어리석은 일을 끝까지 계속할 수 있으며 아무리 불합리한 상황이 막아서더라도 그걸 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고 우리가 그걸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놔두는 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받고 있는 사랑이 아닌가... 밑바닥 끝까지 가라앉을 수는 있어도 무언가의 개입이 아닌 스스로 했다는 걸 한치의 의심 없이 믿을 수 있고 그렇게 행동하는 걸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건 자유가 아닌가... 거대한 기틀이나 분기점이나 운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의지에 따라 영향을 주고 변하기도 하며 어느 정도는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사랑받고 있는 게 아닌가...? 왜냐면 사랑은 축복이자 저주니까. 그래서 항상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이 온다. ...할 수 있다면 너무 많이 줄 필요도 너무 많이 가져올 필요도 없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