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는 말을 알지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는 말과 좀 더 잘할 걸 그랬다고 후회를 한다. 그러면 분명 당연하게도 그 두 가지를 모두 다 잡을 수 있었다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그때 골랐던 게 고르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때의 나는 더 갖고 싶은 걸 가졌어. 그보다 덜 갖고 싶은 걸 대가로 버리고. 적어도 그 당시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건 뭐가 됐건 어떤 이유에서건 내가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고 또는 더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로 간다고 해도 그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었을 거라고 봐야 한다. 그 당시에 아무리 해도 할 수 없었던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그 모든 걸 겪어야 지금의 내가 되고 그 일을 선택할 수 있고 고비가 생겨도 쉽게 휩쓸리지 않고 더 절실히 붙잡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때 그걸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야 간신히 그걸 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게 됐거나 그것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지 않은 선택이나 가는 길은 모르니까 쉬워 보이고 더 나아 보이겠지만 고비는 반드시 따라오고 내가 모르는 힘듦이 있다. 어쩌면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그걸 선택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지금의 환경과 조건과 운이 없고 그 상태로 버텨냈을지는… 어려운 일이다.
틀린 결정을 했다 해도 대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고와 같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내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과거의 생각을 낮게 봐서는 안된다. 성숙한 태도가 아니고 내가 했던 생각들이 지금보다 하위의 미성숙한 생각과 행동들이 되어버리게 되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 지금 그때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무시하고 아래로 내려보게 된다. 그리고 그건 지금을 있게 한 과거에 대한 예우가 전혀 아니다. 자신의 과거를 미숙하게 보고 현재의 나와 다른 생각과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나보다 하위의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올바르지도 멋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과거와 이전의 다른 생각과 모습들을 지금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겠지 하는 선에서 존중하고 동등하게 바라보고 꼬아듣지않고 있는 그대로 뜻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과거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고 다른 게 틀린 게 아닌 너는 그렇구나. 저 사람이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머리로만 지식으로 알고만 있는 게 아니라 진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거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애쓰는 일도 줄어든다. 저 사람 입장에서는 저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까. 그리고 저 사람을 설득하지 않아도 저 사람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내 입장에서는 나도 틀린 게 아니니까. 그래서 우리의 의견이 다르고 세대차이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해도 우리는 다른 거지 틀리지 않았다. 각자의 사정이 다르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우리에게는 있었다. 그럴만한 사연이 내게 있듯이 당연히 저 사람한테도 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고 공감하지 못할 뿐이지. 이해하는 건 어쩌면 결정적인 걸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근본적인 걸 이해받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하는 과정일지도 몰랐다. 그러한 부분이 분명하고 명백하게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해를 할 수없고 받지 못해도 그래도 된다는 것과 그럼에도 다름을 인정해 줄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