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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멀리 Nov 17. 2018

13- 기뻤을 사람들

 추석이라고 했다.

 특별하고 귀하다 여기는 건 좀 우기는 것 같다만 다들 가족을 만나고 있으니 나도 그립다. 먼 친척은 안 본다.
내 엄마 아빠의 엄마 아빠를 만난다.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명절을 통해 크게 억울하고 힘들어 본 적은 없어 다행이다.

 나를 아끼는 네 명의 늙은 사람들을 사랑한다. 사랑하고 사랑한다. 그보다 더 사랑받는다. 칠십이 넘고 팔십이 넘은 그들은 이따금 틀린 맞춤법으로 카카오톡을 보낸다. 당신의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핸드폰 화면으로 쏟아진다. 보고 싶고 사랑한단 말이 적혀 있다.  


 죽음을 가까이서 겪은 적이 없다. 겪어보지 못한 슬픔일 텐데 짐작도 안 된다. 다들 웃으며 살아 있으니 늘 그런 줄 안다. 어젯밤엔 언젠가 그들이 없고 그들의 기도가 없을 상상 하지도 못할 내 미래를 상상했다. 꿈에서라도 그러기 싫었다. 그들이 없다면 그들이 있는 채로 사는 것과 똑같을 리 없다. 일본 만화에 나오는 풍혈 같은 게 가슴 한가운데 있는 것 마냥 마음에 바람이 불고 추웠다.


 이렇게 늙은 채로 이렇게 내 곁에서 내 걱정을 해 주면 좋겠다. 내 연락을 기다리고 꾹꾹 눌러 카톡을 보내고 나를 위해 기도하고 세계의 뉴스를 보면서 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무척 이기적이다.


 내가 받았을 사랑과 감동을 짐작해 봤다. 내 부모의 동생들과 부모를 다 합치면 열 명 남짓이다. 구십 사 년, 내가 태어났을 때 그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은 다 기뻐했을 거다. 가장 기뻤을 사람은 둘이고, 그만치 기뻤을 사람이 넷 더 있다. 그 기쁨 속에서 많이 컸다. 나는 그때 작았는데 지금은 한 이십 배 커졌다. 이기적이게.


 아무래도 이 집에서 태어나길 잘했다. 오늘은 같은 달을 봐야지.


-18.9.24. 인도, 맥그로드 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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