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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피챗 - 팀이 대체 뭐길래

혼자 일할 수 있는 회사 어디 없나

by 수풀림

내가 가장 빨리 도움을 청할 수도, 가장 크게 상처받을 수도 있는 사람들 역시 팀원들이죠

화제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김 부장)' 다들 보셨나요?

김 부장 하나로 할 얘기가 너무나도 많지만, 오늘은 '팀'에 대해 다뤄보려고 해요. 꼰대 아저씨 김낙수 부장이 이끄는 영업 1팀과, 젊은 실력파 도진우 부장이 이끄는 영업 2팀의 대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같은 회사에 비슷한 조건으로 입사한 회사원들이, 소속된 팀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어요. 신뢰 vs 눈치, 능력 vs 아부, 잔소리 vs 피드백, 발언권 vs 입꾹닫 등등 여러가지에서 말이죠.

도대체 '팀'이 뭐길래, '팀' 하나로 직장인의 운명이 갈리는걸까요? 보통 팀이란 회사의 가장 작은 조직 구성 단위에요. 대략 3-10명 정도, 비슷한 업무 역할을 하는 사람들끼리 한 팀으로 같이 일해요. 개인으로 따지자면 원가족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 회사의 ‘팀’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한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이 형성되듯, 어떤 팀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직장인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이 만들어져요. 실제로 회사에서 하루 중 가장 많이 소통하는 사람도 팀장이나 팀원이고, 내가 가장 빨리 도움을 청할 수도, 가장 크게 상처받을 수도 있는 사람들 역시 그들이죠.


같은 회사라도 어떤 팀에 속했느냐가 회사생활의 만족도와 업무 효율을 좌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좋던 싫던 매일 보고, 일로 부딪히는 사이. 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비슷한 평가를 받고, 비슷한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하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인 셈이죠.

얼마 전 옛 동료 A를 만났는데, 얼굴이 무척 밝아졌더라고요. 비결을 물어보니 딱 한마디로 답했어요.

"저 이번에 팀 옮겼잖아요."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건 변함 없는데, 바로 옆 팀으로 옮겼을 뿐인데, 지금은 회사 다닐 맛이 난다고 하더군요. 그전까지는 같은 팀에 있는 B 과장 때문에 무척 괴로워했거든요. 회의 시간에 자기가 의견을 내면, 사사건건 작은 것 까지도 꼬투리를 잡아 뭐라고 했대요. 몇 명 되지도 않는 팀원들 사이를 이간질 하질 않나, 점심시간에 은근슬쩍 따돌림도 주도했다고 해요. A는 B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까지 생각하다가, 팀장님을 찾아가 면담 신청을 했답니다.

"B 과장이 표현이 좀 거칠어서 그렇지, 속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조금만 이해해주시면 안될까요?"

알고 보니 팀장과 B 과장은 10년지기 절친. 팀장의 속마음을 알게된 A는 미련없이 팀을 나와, 지금은 다른 팀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비단 팀 내 빌런 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과 공정성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례들도 많이 봤어요.

C팀장은 팀원을 잘 뽑고, 최상의 팀워크를 유지하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에요. 팀원들은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의견을 내고, 좋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팀 문화 덕분인지, 다른 팀에서도 C팀으로 가고 싶다고 부서 이동을 신청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 번의 채용 실수로 인해, 견고할 줄만 알았던 팀워크라는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더군요. 새롭게 추진하는 신사업이라 그 분야 전문가를 모셔 왔는데, 그때부터 기존의 팀 내 룰들이 깨지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경력이 많은 전문가다보니 그 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신사업을 해야 했고, 그때부터 팀 내 민주주의는 금이 갔어요. 팀원들이 낸 의견은 무시당하고, 마치 자기가 다 알고 있으니 따라야 된다고 강압적으로 말했거든요. 팀원들은 그 분의 독단적인 결정에 손을 들어주는 C팀장을 뒤에서 욕하기 시작했어요. 입사한지 채 일년도 되지 않은 그 분이 최고 고과를 받았을 때는, 민심이 폭주했죠. 자발적으로 돕던 팀 문화에서, 배척과 경쟁의 문화로 변환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을거에요.

다행히 C팀장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회복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아쉽게도 우리 직장인들은, 소속된 팀을 옮기기 참 어렵죠.

도진우 부장이 이끄는 영업 2팀으로 가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쉽사리 결정할 수 없잖아요. 마치 우리 아빠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집을 뛰쳐 나가, 다른 아저씨에게 아빠가 되어달라 말할 수 없는 것 처럼요.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주어진 팀 안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버티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팀장님이 독불장군 상사라면, 팀원들끼리라도 똘똘 뭉쳐 단합을 하게 되죠. 팀 내에 빌런이 있으면 그 빌런과 대적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고요. 이러다 가끔 마음에 잘 맞는 팀원을 만나면, 평생 친구 관계로 발전하기도 해요.

팀이라는 울타리는 쉽게 바꿀 수 없어도,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공기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비록 나는 인수인계를 한 번도 받은 적 없지만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친절하게 업무를 알려준다거나, 팀장님 발작 버튼이 안 눌리게 미리 조심한다거나 하면서요.

완벽한 팀은 어디에도 없지만,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며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거죠.

마음 속으로는 강제 인사 발령이 나서 다른 팀으로 가기를 빌다가도, 현실에서는 지금 팀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직장인들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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