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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Aug 04. 2023

공부 잘하는 학생의 장밋빛 미래

공부만 잘하면 커서 성공한대

 나는 어렸을 때 공부만 잘하면, 내가 원하는 어떤 직업이든 가질 수 있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시절까지 달리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었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엄마를 졸라 학원도 다니고 독서실도 다니면서 제법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비평준화 고등학교에 시험을 통해 들어간 이후, 중학생 때까지 전교 상위권이었던 등수는 그야말로  용의 꼬리 신세를 겨우 면할 정도로 무섭게 곤두박질쳤고, 처음으로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아마도 공부가 인생의 90% 이상이라고 생각해서 더 크게 다가왔나 보다.


 하지만 인정 욕구가 강했던 나는 실패를 극복 후 다시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또 열심히 '공부'라는 걸 했다. 

 놀고 싶은 감정이 수시로 들었지만, 앞으로 공부를 잘하기만 하면 펼쳐진다는 유토피아와 장밋빛 미래를 생각하며 참고 공부를 했다.


 고등학생 때는 사람들의 아픈 곳을 고치는 모습이 이타적이라고 생각되어 의사가 되고 싶었다가, 당시 동양철학에 심취했기 때문에 그냥 의사가 아닌 한의사가 되어 보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공부를 잘해서 의사나 한의사가 되는 건 머리 좋고 나보다 훨씬 더 공부에 몰입하며 시간을 할애한 상위 1% 미만에게나 가능한 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쉽게 한의사의 길을 포기하지 못하고 한의사 대신 한약사까지 성적에 맞춰 꿈꾸다가, 뭐, 결국 그것조차 쉽지 않아 당시의 집안 형편과 수능 성적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우리는 왜 어렸을 때 공부만 잘하면 앞으로 변호사, 판검사, 의사가 돼서 잘 먹고 잘 산다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받으며 자랐을까? 


 아니지, 엄밀하게 말해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있으니 틀린 사실은 아니긴 한데, 나의 미래를 왜 성적에만 걸게끔 길들여졌을까 하고 학창 시절이 한참 지난 지금 생각해 본다.


  학창 시절에 직업에 대한 다양한 교육도 받고, 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미리 연결되어 멘토링도 받을 수 있었다면 어릴 때부터 조금 더 다채로운 미래를 꿈꿔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적어도 판검사나 의사가 될 수 없는 성적을 받았을 때 (아마도 학생 숫자의 99%에 해당될 듯) 내 인생은 벌써 쫑났구나 하는 생각을 10대에 하며 좌절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성적 = 장밋빛 미래'라는 환상이 아닌 현실 감각과 미래 감각을 둘 다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방향과 콘텐츠는 무엇일까? 

  

 내가 청소년기로 간다면 받고 싶은 교육은 무엇일까?


 1. 직업에 대한 다양한 관점 소개해주기

    - 여러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학부모들이 자기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설명하며, 이 직업이 어떤 점이 좋은지 학생들이 참고할 만한 사항 공유하기


 2. 여러 성공 사례 공유해 주기

    - 공부 외에도 다른 쪽에 강점이 있어 성공했던 여러 사람들의 예시를 공유하며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강점'에 대해 긍정적인 동기부여 하기


3.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 학창 시절에는 공부의 인풋이 필요한 시기인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해 주고 공부의 다양한 방향성 안내하기


4. '나' 탐구 시간 만들어주기

    - 사춘기가 시작되는 학창 시절에 '나'를 잘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는 나에 대한 관찰 기회 많이 만들어주기



  다시 나의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지금 한의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나름 내 길에서 만족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장밋빛 미래는 하나의 색과 길이 아닌, 나도 모르는 다채로운 경로와 색으로 펼쳐질 것이다.


 가끔 장미꽃과 무성한 가시밭길 두 개의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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