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온 Mar 23. 2023

인생의 가치가 돈인가요?

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한 긍정이던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던 때, 

나에 대해서,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때 가장 먼저 했던 건 과거의 나로부터 일기를 써보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뭘 좋아해라고 했을 때, 공통적으로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춤추는 거 좋아해."


"화장품 좋아해."


"판매하는 거 좋아해."



그러나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말하는 건 단편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걸 말이다.



어릴 땐 춤추고 노래 부르고, 무대에 올라가는 걸 좋아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땐 판매하는 걸 좋아했다. 


대학교나 회사에선 발표하는 것도 좋아했다.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만 생각하면 

지금 그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나는


댄서가 되어야 하나?!

판매자가 되어야 하나?!

무대에 서야 하나?!


에서 시작해 결국엔 '이 나이에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풀리지 않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 중요한 건 내 '성향'이었다.



내 성격은 호불호가 뚜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진짜'나 '진심'이 없으면 잘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춤도 내가 좋아하는 댄스 장르, 

정말 내가 빠져있는 상품에 대한 판매, 

충분히 공부하고, 자신감이 생긴 내용의 발표여야만 '뿌듯함', '기쁨'이 동반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가장 깨달았던 건 회사를 퇴사하고, 내 사업을 하기 시작할 때였다.

 

회사를 퇴사한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온라인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일이었다. 까다로운 내 성격에 맞춰 디자인, 소재, 색감까지 일일이 다 직접 보고, 찾은 스타일만을 소싱했다. 그 덕에 빠른 시간 내에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간혹 큰 사이즈들을 팔아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에 맞는 옷들을 가져다 판매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스타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한 번은 내 사무실에 찾아온 엄마가 옷이 왜 이렇게 안 예쁘냐는 말에 판매를 하는 나도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판매왕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수 있었던 건 내가 정말 자신 있고, 좋아하는 상품에 대해서만 판매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때문이었다. 내 진심을 전달하는 행위, 양심의 속임 없이 판매했다는 보람이 나를 만족시켰던 것이었다. 


그러나 매출을 점점 더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은 스타일을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10개 중 7개는 내 맘에 드는 걸 소싱해서 판매해도 3개 정도는 대중의 입맛에 맞춰 내 색깔을 잃어버리고 판매해야 한다는 점, 모든 재고 없이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내게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감들이 매출은 점점 더 올라갔지만 나의 행복감은 점점 더 낮아지기 시작했다. 



매출이 커갈수록 나는 나의 가치관과 부딪히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장사꾼은 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들로 인해 얻어진 것들은 분명히 있었다.



나는 돈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사람은 아니었음을. 그 돈이 우선이었다면 좋든 싫든 가리지 않고 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거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자신 없는 걸로 사람들 앞에 함부로 나서지 말자.


나는 내가 좋아하고 확신 있는 일로 사람들 앞에 서는 일들을 하자.



라는 게 곧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의 정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판매자가 되거나 연예인이 되는 것, 무엇이 되기 위해 매달리게 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고 확신 있는 일로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무대가 될 수도, 영상이 될 수도, 글이 될 수도, 판매가 될 수도 있으니 다방면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들을 하나하나 실현시켜 나가는 성장에 충실해보자는 결심이 들었다.



그리고 알았다.


매 상황, 매 시간, 매 관계에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나를 위해, 무엇 때문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했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내가. 

방향성 없고, 목적 없는 상태로 최선을 다하기만 하다 보니 무기력한 상황들이 가끔 발생했다는 것을.



나는 더 이상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들을 깨달았으니 방향성을 올곧게 잡고, 실천하며 살아보자.


핵심을 깨닫고 나니 나의 우울감은 신기하게도 모두 사라졌다.

36년 만에 인생의 방향성 또한 처음으로 세울 수 있었다.

 


SNS나 어딘가에 나는 늘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자.'라는 글귀를 적어두곤 했는데,

그땐 그냥 유명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겠거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알겠다.


내가 잘하고, 자신 있는 걸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

지금 내 감정을 정리하고 써볼 수 있는 이 브런치의 글로, 

그리고 유튜브로, 무대로, 내 판매 사이트로 방향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회사가 회사의 비전에 맞춰 사업을 운영하듯 

개개인의 인생도 그 비전을 실현해가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걸. 



써 내려간 나의 글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를.





끝으로 나는 지금의 내 모습들이 만족스럽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를 깨닫게 해 준 나의 모든 시간과 과정,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인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글을 마치며 좋아하는 일이라는 건 본인이 아닌 타인이 먼저 찾아줄 수도 있다.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에도 본인은 티를 내려하지 않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쉽게 눈치를 챈다. 사내 연애를 할 때에도 정작 커플인 두 사람은 들키지 않았다고 자신하지만 그 둘을 뺀 나머지 직원들은 둘의 연애를 눈치채곤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좋아하는 감정에서 오는 진실한 눈빛, 행동, 태도는 제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은 좋아하는 일에서도 나타난다. 주변 사람들이 "너는 상품을 기획할 때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사람이 달라져."라는 칭찬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좋아하는 걸 할 때 바뀌는 눈빛, 대하는 태도, 설레는 감정, 목소리 톤은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다는 뜻이다. 무엇을 좋아하는 지의 출발은 내 안이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왜 그 일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마음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기를 바란다. 모든 과정과 모든 시간과 모든 인연에게 고마운 순간이 올 수 있기를.

이전 15화 가장 잘 나가는 시기에 나는 가장 우울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