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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온 Feb 09. 2023

2등은 이루었고, 1등인 나는 이루지 못했다.

이루지 못한 꿈이 있나요?


쇼호스트가

되고 싶었다.



대학교 4학년, 취업 시즌이었다. 다들 대기업에 취업 원서를 내기 바빴는데, 그 모습이 정작 내가 원하는 미래는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JYP의 오디션을 혼자서 보러 갔었고, 스무 살이 되고 연예인이라는 꿈을 아나운서 쪽으로 방향을 틀까도 했지만 무언가 딱딱해 보이는 직업이 털털한 내 성격과는 거리가 멀겠다고 생각했다.


20대 내내 아르바이트의 인생을 살았던 나는 그 경험으로부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잘하지 못하는 일이 뭐였는지를 생각했다. 




여러 경험을 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지를 경험할 때가 있다. 카페에서 일을 한다면 누군가는 주문을 받는 일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매장을 정리하는 일을 더 좋아한다. 또 누군가는 음료를 제조하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는 단순 설거지나 컵을 정리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만약 판매 직원으로 일을 한다면 누구는 고객의 앞에서 판매를 좋아하는 반면 고객의 컴플레인 관리는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일들은 입맛에 따라 음식을 결정하듯이 일을 경정하는 성향이 있다.



그중에 나는 판매를 잘했다.

스무 살 때, 고속도로에 있는 가판대 앞에서 무작정 과일 판매도 해보고, 대학교 때는 금전적인 지원이 모두 끊기면서 건국대 근처의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2년 정도 했다. 매출을 잘 냈던지라 사장님은 내게 잡일 하나 시키지 않고, 판매에만 전담하도록 할 정도였다. 리포터 생활을 할 때에도 생계를 위해 이마트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도 병행을 했다. 이마트 양재점에 있는  JAJU(그때 당시 자연주의) 브랜드의 오리털 이불을 불티나게 판매해, 전국 9위 매출의 매장을 2위로 끌어올린 담당 직원이 나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방송과 판매를 함께 할 수 있는 일, 나의 진로는 "쇼호스트"가 맞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 길로 바로 방배동에 위치한 쇼호스트 아카데미를 등록했다.



핵심만 전달해야 하는 스피치 능력, 카메라를 마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말해야 하는 것, 무엇보다 카메라 앞에서 대본 없이 1시간 동안을 떠든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대학교 때 누구보다 발표를 잘했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설득시키고, 판매를 하는 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로 1등 하는 건 내가 잘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촌티가

났다.





쇼호스트 아카데미를 다니다 보니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방송 일을 본업으로 하면서 쇼호스트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연예인같은 외모를 뽐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저 열정하나로 찾아온 고작 스물다섯 살짜리의 내 외모는 전혀 세련되지도, 엄청난 미모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럴 때 있지 않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자꾸 단점만 찾게 되는 경우.

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나는 늘 내 얼굴에서 촌스럽고, 못생긴 것들만 찾느라 바빴다. 자신감만큼은 어디서도 굴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아카데미를 다니는 동안은 나도 모르게 자존감과 자신감이 저절로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모르겠다, 그냥 실력으로 이겨보자.'




노력은 배반하지 않아.

쇼호스트 경쟁 PT, 1등




결과는 역시나였다. 쇼호스트 학원을 다니는 동안 경쟁 PT대회에선 줄곧 1등을 차지했다.



나는 늘 운보다는 노력에 의해 결과가 결정된다고 믿어왔다.



고등학교 시절엔 영어 단어를 매번 100점 맞는다는 이유로 선생님의 총애를 받은 적이 있다. 잘하는 게 있으면 1등을 해야 하니 당연히 학교 영어 시험에서도 1등을 하고 싶었다. 그땐 무슨 무식함이었는지 내신 영어시험이 있는 날이면 밤을 새서 책에 있는 모든 영어 철자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통으로 외워버렸다.



오죽했으면 전교 1등이 내 영어 시험지를 보고 채점을 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가장 잘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러한 내 성향을 믿었다.

PT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몇 날며칠 잠을 포기했다. 그때 PT대회에서 내가 해야 할 건 클렌징 제품이었다. 제품의 장점을 정리한 후 내 스토리에 클렌징에 대한 니즈를 녹여냈다.


당시에 수강생들은 배우는 단계였기에 상품을 손으로 만져가며 동시에 말로 PT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시연을 하다가 말을 절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렌지에 파운데이션을 듬뿍 바른 후 준비한 클렌징 제품으로 씻어내는 시연을 하는 동시에 PT를 지속했다. 잠을 줄여가며, 밤을 새워가며 실전처럼 연습을 하고, 또 했다.



2년간 아카데미를 다니며 모든 수업 과정에서 1등을 기록하며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때 나와의 경쟁에서 2등을 했던 내 친구들은 지금 모두 쇼호스트가 되었고, 지금의 나는 쇼호스트가 되지 않았다.




살면서 꿈꿔온 꿈의 방향이 바뀐 적이 있는가?


그때의 나는 왜 쇼호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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