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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Apr 21. 2021

더 파더

"내일은 목욕을 하지 않을거야."
"왜요?"
"선생님이 오늘 백신 맞으니까... 며칠 아프다잖아."
"고마워요.."

집에는 노모가 어젯밤부터 와계시다.
"백신을 맞으면 열이 난다더라."
타이레놀을 가져다 주셨다.

주사맞기 편하게 반팔을 입고 나온 날 뜻밖의 돌봄을 받는다.
'햇살에 반짝이는 금모래빛.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이 노래가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왔던 시절이 소급되었다.

오늘은 저기 하얀꽃 앞에서 찍을게요.
아니, 여기 노란꽃이 더 예쁘네요.
거기도 예쁘네요.

나의 첫번째 여자친구가 '할머니'였다면 뮤즈의 마지막 여자친구가 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빴던 엄마와의 관계를 늦지 않게 회복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있는지 기다리는 20분 동안 지난 주 보았던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가 되어본다.
'나는 누구요.'
내가 누구라는 걸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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