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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요양보호사입니다 2

by 이은주

뮤즈와의 산책에서 만난 벌, 나뭇잎, 바람.
계절이 바뀌면 나오는 첫 과일을 뮤즈에게 나누어 드리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

오늘 사온 참외는 달았다.
뮤즈의 불편한 손이 왼손이어서 다행이다. 물론 오른손도 자유로운건 아니다. 손을 이용해서 물건을 집지는 못하나 손바닥에 올려드리면 스스로 참외를 드실 수 있다.
경기도에 사는 큰딸이 어머니를 한번 모셔가고 싶어도 뮤즈는 쉽게 따라나서질 못한다.
당신 스스로 옷도 입을 수 없고, 신발도 신을 수 없고, 가는 길에 화장실 가는 것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요실금으로 자동차 시트가 젖을까봐 외출을 꺼려하는 것을 언어로도 딸에게 표현 못하신다.
얼마 전에 요양보호사와 어머니를 모시고 펜션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신 선생님 글을 읽었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은 내가 큰딸 집에 가실 때 동행해드리겠다고 하자 기뻐하셨다.
뮤즈는 큰딸 집에 갈 때 브래지어를 빌려달라고 하셨다.
내 브래지어가 맞는지 입어보는 뮤즈를 물끄러니 바라보다 눈가를 닦았다.

아, 따님 사는데 그렇게 가보고 싶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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