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일본어로 가는 길
가끔 유튜브나 인스타로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
일상 회화까지는 어찌어찌할 수 있게 됐는데, 그다음은 뭘 공부하면 되죠?
어떻게 하면 일본어 레벨을 중급에서 고급으로 올릴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부족한 부분이 다르니 질문에 대한 해답도 달라지겠지만,
공통적으로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한국인스러운 발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발음 교정에 일본어 쉐도잉만 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일본어는 고저(高低) 악센트를 가지는 언어이다.
즉, 단어의 한 박자 박자마다 음의 높낮이가 정해져 있다.
그리고 문장 전체로 보면 높아졌다 낮아지는, 마치 파도와 같은 인토네이션을 갖는다.
이는 원활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본어 학습자 중에는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며,
개념을 알고 있더라도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에 파는 책이나 학원이나 학교의 일본어 교육에서 일본어 발음에 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나 역시 스스로 일본어 발음, 악센트, 인토네이션 교정을 했다. 바로 쉐도잉을 통해.
그렇다면, 일본어 쉐도잉은 뭘 가지고, 어떻게 하면 될까?
일본어 쉐도잉을 할 때 가장 추천하는 매체는 바로 NHK 뉴스이다.
NHK 뉴스는 일본에서 가장 깨끗하고 정확한 발음을 하는 뉴스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에는 어려운 어휘나 한자어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일본어를 갓 시작했거나 초급 단계인 학습자에게는 많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학습자에게는 뉴스보다는 일상 회화 책에 수록되어 있는 mp3를 따라 하시라 말하고 싶다.
대신, 일상 회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한자어를 어느 정도 아는 수준의 학습자, 즉 중급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알기 쉽게 JLPT로 말하자면, N2 이상의 학습자이면 충분히 뉴스 쉐도잉에 도전할 수 있다.
NHK 뉴스 쉐도잉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 방법으로 약 1년 반 동안, 주 2-3회, 한 회당 3시간씩 일본어 쉐도잉을 했다.
1. 뉴스를 받아쓰기해서 뉴스 대본을 만든다.
추천하는 사이트는 바로 NHK news web 사이트이다.(https://www3.nhk.or.jp/news/)
그냥 글만 있는 뉴스가 아니라 반드시 동영상(動画)이 같이 있는 뉴스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앵커의 음성을 듣고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본을 만드는 이유는 동영상에서 앵커가 하는 말과 밑에 쓰여 있는 기사가 미묘하게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쉐도잉 연습하기 전에 워밍업으로 듣기, 쓰기 연습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 받아쓰기할 때는 다 한자로 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히라가나로 받아 적은 후에 영상이 끝나면 한자로 바꿔야 하는 부분을 한자로 바꿔주면 된다.
그리고 한자 위에 요미가나(한자 읽는 법)를 꼭 써준다.
2. 쉐도잉 전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쉐도잉 연습 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해 앵커의 음성을 듣지 않고, 스스로 문장을 읽고 녹음한다.
이후의 단계에서 계속 쉐도잉 연습을 하면서 분명 발음이 더 좋아질 것이니 이 단계에서는 잘하려고 여러 번 녹음하지 말고, 한 번만 녹음하면 된다.
3. 앵커의 음성을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쉐도잉 연습을 한다.
먼저, 어디서 음이 높아지고 낮아지는지에 유의하면서 앵커의 음성을 주의 깊게 듣는다. 한 박자마다의 음의 높낮이를 체크하고, 어려워하는 발음, 예로 들어 つ나 ざ가 나왔다고 하면 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유심히 듣는다.
그리고 나서 앵커의 음성을 멈추고 직접 따라 해 본다. 이때는 반드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녹음 한번 하고 나서 다시 앵커 음성과 자신의 목소리를 비교하면서 다른 부분을 체크한다.
처음부터 한 문장 전체를 그대로 따라하기는 힘들 수도 있으니 일본어의 콤마인 " 、" 앞에서 한번 끊어서 따라 해도 된다. 여러 번 따라 해서 익숙해지면 문장 전체를 한꺼번에 따라 해 준다.
이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이 세 번째 단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 언제까지 했냐면, 앵커의 음성, 특히 음의 높낮이와 말하는 스피드가 거의 100% 똑같아질 때까지 따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독하게 연습한 것 같다. 만약 하루 연습한 거 가지고 안 되는 경우는 며칠이고 계속 똑같은 뉴스로 연습을 하면 된다. 빨리 똑같아지지 않는다고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4. 앵커의 음성을 들으며 동시에 따라 한다.
앵커가 말하는 음의 높낮이, 말하는 스피드가 자신이 녹음한 것과 거의 똑같아지면 이제는 앵커의 음성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동시에 문장을 읽는다.
아마 처음에는 버벅거리기도 하고 앵커의 음성과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그럼 다시 그 부분을 중심으로 듣고 따라 하기(세 번째 단계)를 반복하면 된다. 언어 공부가 다 그렇지만 특히 쉐도잉은 정말 끊임없는 노력,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5. 쉐도잉 후 최종 녹음을 한다.
자신이 만족하는 정도까지 앵커의 음성에 가깝게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면, 최종 녹음을 한다.
이때는 두 번째 단계에서 했던 녹음처럼 앵커의 음성은 듣지 않고 문장을 읽어준다.
그리고 쉐도잉 전에 녹음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어느 부분이 좋아졌는지 체크하고 스스로를 칭찬, 격려한다.
쉐도잉은 제대로 하려면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 인내심, 체력이 필요하다.
절대 하루아침에 발음이 좋아질 수는 없고, 앵커의 음성과 비슷해질 때까지 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힘든 시간을 겪은 사람으로서 이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자신의 일본어 발음, 악센트, 인토네이션은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확연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것에 더 자신감이 생기고,
언젠가는 일본인에게 "한국인이라고 말하기 전까진 일본인인 줄 알았어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날이 온다는 것을 말이다.
*영상 버전이 궁금하시다면 이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링크 클릭이 안되시는 분은 유튜브에 "링고야"를 검색해주세요)
https://youtu.be/_GINCvEwm3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