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커피집의 비결은? 이 질문에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커피가 맛있어서'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정답은 뭘까.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커피맛을 '잘' 뽑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황에 관계없이 커피맛을 '일정하게' 뽑는 것이라고 한다.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답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기후의 온도와 습도를 세심하게 고려해 일정한 맛을 뽑는다는 건, 과연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어제의 날씨와 오늘의 날씨는 다를 수 있지만, 어제 마신 커피맛과 오늘 마신 커피맛이 달라선 안된다. 이것이 바로 잘되는 집의 비결.
우리가 흔히 아는 오뚜기 수프 분말도 항상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팀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 연구팀의 존재 여부를 알게 되었을 때는 당연히 '더 나은 맛'을 위한 연구팀이라고 생각했기에 의아했다. '일정한 맛이라고? 그냥 늘 만들던 대로 만들면 되는 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 그러나 시시때때로 변하는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한 맛을 낸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변동하는 물가 폭과 재료의 수급 여부를 세심하게 체크하고, 일정한 맛을 일정한 가격에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연구. 우리가 '추억의 맛'이라며, 뇌 속에서 기억하는 맛을 현실에서 맛봤을 때 '바로 이 맛이지!' 하고 그간의 그리움이 범벅된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는 것도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열심히 변해온 누군가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변하지 않기 위한 변화.
비단 맛뿐일까. 사람 역시 그러하리라. 프로는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최근 읽은 두 권의 책은 근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클래식과 대중문화 이렇게 상반되는 위치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지만 '예술가'라는 키워드로 묶이며 예술가가 어떻게 '질 좋은' 일상을 영위했는가에 대한 답을 살짝 보여준다. <걷는 남자, 하정우>와 <건반 위의 철학자>라는 책이다.
하정우는 일상을 영위하는 수단으로 '걷기'를 택했다. 그는 줄곧 걷는다. 더울 때도 추울 때도, 몸이 나른할 때도. 우와, 싶게 걷는다. 건반 위의 철학자로 소개된 니체, 사르트르, 바르트는 피아노를 친다. 평생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린다. 두뇌가 쇠락해 갈 때도 두 손은 건반 위에 있었을 만큼.
이들은 습관적으로 평생에 걸쳐했었고, 할 것이고 이렇게 함으로써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걷기와 피아노 연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 시간을 내야 한다
2. 오롯이 혼자 한다
3. 중간에 자주 포기하고 싶다
(물론 다른 행위로도 대체될 수 있겠지만) 일상을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는 비결은? 건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비결은?결국 하루 중, 혼자를 위한 시간을 오롯이 가지는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 나를 둘러싼 상황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나다운 나로 살아가기. 내 목소리에 고요히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는 것.
글쓰기, 그림 그리기, 달리기... 자기만의 어떤 행위로든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서른세 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마라톤을 해온 하루키도 소설가의 달리기에 대해서 고백한 바 있으니.
당신의 하루가 자꾸만 너울너울거린다면
걷든, 뛰든, 치든, 그리든
뭔가를 해볼 일이다.
당신 자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