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그대에게

누군가의 꿈

by 꽃반지


예전에 다니던, 업계에서 꽤나 평이 좋지 않은 요가원에서 메시지가 왔다.

"아니, 이것들이 아직도 내 번호를 가지고 있네?"

보나 마나 광고겠지. 툴툴거리며 메시지를 대충 쓱 훑고 삭제하려는데 잠깐, 원장 이름이 낯익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우리를 가르치던 요가 선생님 이름이었다.


3년 전 겨울, 요가원에서 알음알음 얼굴을 익히게 된 사람들과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게 되었다. 워낙 사람 좋던 요가 선생님 덕분에 친해지게 된 사람들이다. 다들 직접 만든 음식과 소소한 선물을 준비해 모였다. 먹고 마시고 웃느라 금세 자정을 넘겼다. 새벽 세시쯤 되었을까, 웬만해선 자정을 못 버티는 나는 이만하면 잘 버텼다 싶어 장소를 마다하고 앉은자리에서 졸기 시작했다. 두런두런 말들이 오가고 그 말들을 베개 삼아 본격적으로 자기 시작한 나를 누군가 흔들어 깨웠다. 요가 선생님이었다.

"일어나 봐요. 할 말 있어요."


채 잠을 털어내지 못하고 꿈뻑꿈뻑 앉아있는데, 선생님의 고백을 듣자 잠이 확 달아났다. 한동안 깊은 침묵이 감돌았다. 덤덤한 고백 끝에 이어진 우리의 위로와 격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은 "이 동네에 꼭 요가원 차릴 거예요."라고 말했고, 우리는 저마다 "그럼 나는 카운터!" "난 전단지 돌릴게!" "강사 자격증 따면써줄 거예요?"하고 몫을 하나씩 나눠가졌다. 자리가 파하고 밖으로 나오니 허옇게 동이 터있었다. 요가 선생님의 고백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와 잠에 빠졌다. 이듬해 가을, 나는 먼 곳으로 이사를 했다. 다들 이사해도 자주 보자고 말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잘 못 볼 거예요.' 가만히 되뇌었다. 벌써 3년이 지났다.


메시지 끝에 적힌 이름에 흥분해 선생님에게 연락했다. 확인할 것도 없이 그녀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말해주고 있었다. 어쩜 이사하고 연락 한 통 없었냐는 핀잔 섞인 반가움, 그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근황이 내게 전해졌다. 며칠 뒤 맞은 주말, 1시간 4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예전의 그 요가원으로 향했다. 선생님이 나를 끌어안았다.


요가원 인수과정에서 겪은 트러블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일들, 직접 손으로 붙여 엉성하다는 시트지, 많은 대출금, 한눈에 봐서는 좀처럼 의미를 알 수 없는 요가원 로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한 달을 복기하며 그녀는 다시 울분에 차오르기도 했지만, 행복해 보였다.

"쌤, 꿈을 이뤘네요! 진짜."

"2호 점도 차릴 거예요! 나는 말하면 하니까."


두어 시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낸 후, 요가원을 나와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았다. 선생님이 고심했다는, 그렇지만 3초 정도는 무슨 뜻인지 생각해야 하는, 그 로고가 박힌 간판이 건물 2층에 걸려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차창 밖으로 수많은 건물에 빼곡히 걸린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혹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누군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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