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처음인 날에, 사람이 있었다.

by 기록친구리니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날이 내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살면서 많은 것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엔 아직도 내가 해보지 못한 일이 이렇게나 많다. 불렛저널에 관한 강의 테스트 영상을 찍어야 하고, 불렛저널 챌린지 얼리버드 소식을 알리는 유튜브 라이브를 하는 날. 웬만한 일에 크게 긴장을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긴장이 되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30분쯤 잤나 보다. 챌린지 라이브 일정은 저녁 8시인데 불렛저널 VOD 촬영이 오전에 있어 부랴부랴 챙겨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직장에 가는 기분으로 나선 출근길. 잠도 설친 데다가 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에 광역 버스를 타고 강남으로 출근한다. 기분이 어떻냐고? 끝내준다. 좋아하는 일을 하러 가는 길은 빵빵 거리는 자동차들의 소음마저 나를 반기는 인사처럼 들린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버스 기사님도 나를 반기는 인사를 건네시다니. 기사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나도 괜히 힘이 나서 마음으로 대답했다. "네, 기사님. 저 오늘 모든 것이 처음인 날이라 잠도 한숨 못 잤는데요. 어떻게든 도전해보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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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님께 분명 어떻게든 도전해 보고 오겠다고 했는데, 마음으로 파이팅도 몇 번을 외쳤는데 낯선 이 스튜디오에 도착하는 순간 '깡'은 온데간데없고 걱정과 두려움의 공기가 나를 감쌌다. (화려한 조명도 나를 감싸고. 이 와중에 셀카는 또 여러 장 찍었다) '나 촬영 잘할 수 있을까...' 전문적인 촬영과 편집의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주눅이 들었다. 해보겠다고 도전장은 내밀었는데 괜히 내민 것은 아닐까, 기획 PD님의 격려와 응원에 취해 홀랑 넘어가버렸던 것은 아닐까, 만나서 다시 이야기를 해볼까 짧은 순간에 별 생각을 다했다.



모든 게 처음인 나를 위해 다들 약속이라도 한 건가? 버스 기사님에 이어 기술감독님이 나타났다. 카메라 세팅 하나하나 세심하게 해 주시면서 원하는 게 있는지 왕초보인 내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주시는 스윗함을 장착하신 채로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왕초보 크리에이터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는 모를 거다. 이런 전문적인 공간에 오면 나 같은 아마추어는 지나다니는 사람들만 봐도 눈치가 보이고, 뭐 하나 물어보기가 어렵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신 기술 감독님은 촬영 영상도 메일로 보내주셨다. (감독님, 그런데 촬영 결과물은 용기가 나질 않아 열어보질 못했어요) 게다가 잘하실 것 같다는 격려도 해주셨는데 아마도 이건 클래스 101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특기인 것 같다. 칭찬과 격려로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기술 클래스를 이수하시는 건가? 영상 촬영, 편집 정말 하나도 자신이 없는데 자신이 자꾸 있어질 것만 같다. (아놔)



어떻게 촬영했는지도 모를 나의 첫 촬영을 마치고 전자책 MD 님들과의 미팅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스튜디오 대관을 담당해주시는 매니저님이 나타났다. 이 분은 또 뭐지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왕초보 크리에이터의 의견을 죄다 수용해 주시면서 마음을 녹이는 기술을 시전 하신다. 초보로써 겪는 어려움을 말씀드리니 그런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도 함께 하시는 고급 기술을 말이다.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있다 게이트 문을 열지 못하고 헤매던 나를 구제해 주신 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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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트한 일정에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쉬는 날도 나의 챌린지를 위해 고민해 주신 MD님들 덕에 어떻게 라이브 하는 날까지 왔다. 혼자 하면 결과가 어떻든 내가 책임지면 되지만, 함께 고생해 준 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의 무게가 내 몸뚱아리마냥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기획이, 내 마음이 기록 친구들에게 닿을까 너무 두려웠다. MD님들께서 커리큘럼부터 모든 기획의 방향을 나에게 맞춰주신 터라 더 걱정이었다. 솔직히 MD님들이 하자는 대로 하고 결과가 안 좋으면 그들의 탓이라도 하는 합리화를 해볼 텐데 이건 전적인 나의 기획에 관한 결과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했다. (이 와중에 홍보도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더 할 말 없음...) 8시 라이브 방송 시간이 다가올수록 얼굴에 근심과 걱정이 물들었다.



MD님들이 준비하시는 시간 동안 잠시 베스트펜 담당자님을 만나고 왔다. 방송에서 보여드리려고 했던 제품을 들고 오지 못해서 급히 요청드렸는데 퇴근길에 스테들러 피그먼트라이너와 형광펜, 블루윙 연필까지 챙겨주고 가셨다. 기록 친구들에게 나의 마음이 닿을 거라는 응원도 함께. 뭐지? 이 분도 모든 게 처음인 나를 위해 준비된 분인가? 버스 기사님, 기술 감독님, 매니저님에 이어 베스트펜 담당자님까지. '아, 나는 오늘 어떤 결과를 얻더라도 감사한 일이 많았으니 괜찮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거짓말이다. 라이브에 대한 걱정이 또 물 밀듯 몰려왔다. 10분 정도는 들어오실까? 아, 가슴이 쪼인다. 긴장할 때 드는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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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가 헤트트릭을 넣었을 때나 이런 표현을 썼었는데 라이브 방송 시작과 동시에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쳤다"



익숙한 기록 친구들의 이름이 유튜브 채팅창에 보이기 시작했다. 긴장된다고 했던 내 이야기를 들었던 기록 친구들이 진짜 나를 응원하러 왔다. 본인들이 더 떨린다며 긴장하지 말라고, 잘할 수 있다고 응원의 채팅을 보내기 시작했다. MD님들은 시작 전부터 이렇게 뜨거웠던 라이브는 없었다며 라이브 방송을 하는 내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사실 나는 라이브 방송 시작도 전에 채팅방에 들어와 있는 첫 기록 친구를 보는 순간 눈에 반쯤 눈물이 차올랐다. 시작도 안 했는데 눈물이 나면 라이브 방송을 망칠 것만 같아서 꾹꾹 눌러 담았다. 연예인들이나 받아 볼 법한 채팅창의 댓글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내 마음이 얼마나 벅차올랐는지 글로 표현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 내가 이런 응원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방송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계속 생각했다. '아, 진짜 너무 감사하다. 너무 감사하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

다시 보기용으로 유튜브에 남게 될 영상인데 울어버렸다. 부끄럽지만 내 마음이 그랬다. 그냥 눈물이 났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에.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고생한 MD님들과 눈물 젖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나의 기획을 믿고 기꺼이 밀어주고 또 밀어주신 감사한 MD님들. 그 노력에 작게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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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이 처음 경험하는 일들 투성이었던 오늘, 글을 쓰며 하루를 돌아본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던 버스 기사님, 서툰 내게 친절하게 촬영에 대해 알려주시던 기술 감독님, 불편한 건 없었는지 걱정해 주시던 매니저님, 기록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기꺼이 마음을 다해준 MD님들, 일로 만나 진심으로 응원을 전하는 사이가 된 베스트펜 담당자님, 나의 시작을 누구보다 응원해주고 나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는 기록 친구들, 퇴근 길에 들러 응원 전해주고 가신 기획 PD님, 팬이라며 수줍게 인사해 주시던 팀장님까지. (보고 계시죠? ^-^)



모든 것이 처음인 날에, 사람이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날에, 모든 것이 처음인 나를 무조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고 우려낸 진한 사골국물 같은 이 마음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졸린 눈 비벼가며 글을 쓴다. 나도 언젠가 모든 것이 처음인 그들의 날에, 모든 것이 처음인 그들을 무조건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처음인 그들을 위해 준비된 사람처럼 어딘가에서 손을 내밀고 싶다. 처음인 당신을 무조건 응원한다는 말도 함께 해 줄 거다. 내가 오늘 받은 마음의 크기에 내 마음의 크기를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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