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자네가 최후의 1인인가? 제법이군. 그 심한 경쟁을 뚫고 여기까지 오다니….”
검의 수호자가 말했다.
“네, 이제 저만 남았습니다. 검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죠.”
기사가 말했다.
“그래, 고생했네. 잘 알겠지만, 자네를 선택한 것은 용사의 검 클리푸티오스의 수호자로 임명하기 위함이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실력의 기사가 필요했고, 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었지.”
검의 수호자가 말했다.
“사실, 나는 이제 너무 늙어 기력이 없다네. 폐하께 후계자를 뽑아달라 간청했지. 그리고 나는 이 자리에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었어. 내가 은퇴를 해야 후배들이 또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갈 것 아닌가? 허허허.”
검의 수호자는 천으로 용사의 검을 닦으며 말했다.
“난, 35년간 용사 직을 수행하며 24마리의 드래곤을 잡았고, 8명의 마왕을 물리쳤지. 그리고 지난 20년은 이 검의 수호자로 살아왔네. 자네의 역할은 이제 진정한 용사가 나타날 때까지 이 검을 지키는 것이네. 이 검을 마족에게 빼앗기게 되면 이 세계는 암흑에 빠지게 될 걸세. 책임이 막중하다는 거지. 자네도 알겠지만, 왕의 명을 받들어 검의 수호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기사들의 가장 큰 명예라네. 이제 이 검을 수호할 수 있는 영광을 자네에게 물려주겠네. 나는 살 만큼 살았어.”
검의 수호자는 용사의 검을 벽에 걸며 후계자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왜 검의 수호자가 되기로 했나?”
“네, 용사의 검 수호자는 다른 보직에 비해 상당히 편하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칼을 닦아 걸어 두고, 관리일지에 서명만 하면 된다고 들었죠. 그리고 최근에 검 수호자의 급료가 많이 인상되었어요. 다음 달부터는 정년도 사라지고, 매달 금화 5만 나크마가 지급된다죠? 검의 수호자는 모든 기사가 꿈꾸는 직업입니다. 그 정도 급료를 받는 사람은 수석 마법사밖에 없어요. 경쟁 또한 그만큼 치열해졌죠.”
기사가 말했다.
“음, 자네, 올해 나이가 몇인가?”
검의 수호자가 말했다.
“네, 올해 28세가 되었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음, 젊군, 자네. 내 나이가 몇이라고 생각하나?”
검의 수호자가 말했다.
“네, 못 돼도 60세 이상은 되어 보이십니다.”
기사가 말했다.
“그럼, 누가 앞으로 누가 더 오래 살 것 같은가? 자네인가 나인가?”
검의 수호자가 말했다.
“제가 더 오래 살 것 같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그럼, 검의 수호자 역할을 누가 더 오래 할 것 같나? 자네인가 나인가?”
검의 수호자가 말했다.
“제가 더 오래 할 것 같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그럼, 이 역할을 지금 자네가 차지하는 것이 맞겠나? 아니면 내가 조금 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겠는가?”
검의 수호자가 말했다.
“수…. 수호자님입니다.”
기사가 말했다.
“그럼, 이만 돌아가게.”
검의 수호자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