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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준 Apr 20. 2022

오리발 연금술사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김철순은 닭고기 공장, 아비 치킨에 들어가 싱싱하고 살이 찬 생닭 10마리를 준비해온 가방에 집어넣고 당당히 걸어 나왔다. 

“당신 뭐요?”

 경비원이 재빨리 걸어 나와 김철순을 가로막았다.

“오리발이오,” 

 김철순은 노란 오리발을 내밀며 말했다.

“아아, 오리발이군요, 어쩔 수 없죠. 그냥 가시죠. 허허.” 

 경비원은 오리발을 내미는 김철순을 순순히 돌려보냈다.

 배고픈 김철순은 근처 고깃집에 들어갔다. 

“주인장, 등심 600g 부챗살 600g, 토시살 600g, 치마살 600g 모두 한우 1++ 등급으로 내주시오.”

“네, 아침부터 시장하셨나 봐요? 금방 내오리다”

 주인장이 내온 고기 한 점을 베어 문 김철순은 오랜만에 먹어보는 고기 맛에 감격하며 말했다.

“음, 부드럽고 육즙이 진하며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군. 고소한 향미가 어울려 고기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 진정한 한우 특 1++ 고깃살이다.”

“주인장, 잘 먹었소. 그럼 이만”

“손님, 계산은….”

 김철순은 호주머니에서 오리발을 꺼내며 말했다.

“오리발이오”

“아네, 오리발이군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배가 부른 김철순은 본격적인 재산 증식을 위해 은행으로 들어갔다. 합법적이고도 빠른 방법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김철순은 대기표를 뽑고 은행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면서 은행 TV에서 나오는 아침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12번 손님, 4번 창구로 오시기 바랍니다.”

“훗, 내 차례인가?” 

 김철순은 미소를 지으며 4번 창구로 들어섰다.

“여기, 이 가방에 현금 오만 원권으로 가득 채우시오.”

“네?” 

 은행원은 놀라서 물었다.

“아, 여기, 오리발” 

 김철순은 오리발을 내밀었다.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순간 안심했다는 듯 은행원은 차분히 김철순이 준비해온 돈 가방에 현금을 가득 담았다. 김철순은 한순간에 현금 8억을 가방에 담고, 유유히 은행을 빠져나왔다.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그날 밤 오리 사나이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김철순 님, 제 오리발을 찾으러 왔습니다.”

“아니, 자넨…. 어떻게 여기까지….”

“아네, 제 오리발이니까요. 은혜는 충분히 갚은 그것 같으니 인제 그만 찾아가겠습니다.”

 오리 사나이는 오리발을 가지고 사려졌다. 김철순은 큰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너무 오리발에만 의존해서 살아왔다. 김철순은 다음 날 아침 그는 결단을 내렸다.

“좋아, 오리발 연금술사를 찾아가서 오리발을 만드는 거야. 성공만 한다면 난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다음날, 그는 가장 유명하다는 오리발 연금술사를 찾아갔다.

“네, 이 닭발로 오리발을 만들고 싶으시다고요?”

“네, 불가능할까요?”

“닭발로 오리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르빌 강황, 감초, 고련피, 금전초, 쿤자이트, 싱싱한 귀뚜라미 뒷다리 20쌍, 태즈메이니아 호랑이의 수염 2가닥, 산토끼가 마시는 깊은 산속 옹달샘 큰 두 술, 알프스 산맥 베른 협곡의 안개 10g이 필요하죠. 들어 보시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 재료 들이에요. 게다가 그 재료 비율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전혀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되죠.”

“허허, 하지만, 제 연금술사 경력 중 오리발 경력만 34년입니다. 쉽진 않지만 96%의 성공률을 보장하죠. 맡겨만 주십시오.”

“그런데, 비용 조금 나갈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뭐, 물론 오리발의 효험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긴 하지만….”

“비용이?”

“네 8억입니다.”

“네, 그럼 일단 계약금으로 10%, 8천만 원만 지금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나머진 물건이 완성되면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1달 뒤 찾으러 오십시오.”     

한 달 뒤

 연금술사는 김철순에게 오리발을 건네며 말했다. 

“손님, 요청하신 물건이 잘 완성됐습니다. 한 치 오차도 없이 만들어졌습니다. 보세요. 이 은은하게 비치는 오리발을. 주름의 디테일까지 완벽히 재현했습니다. 잔금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김철순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건네받은 오리발을 내밀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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