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에세이
용산 남영역 근처에는 특별한 가게들이 많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라 대부분 동네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일을 보거나 걷다가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궁금해서 들러보곤 한다. 그런데 작은 골목 안, ‘여기에 과연 누가 올까?’ 싶은 곳에 디저트 가게가 하나 생겼다. 들어가 보니 빵이 가득했다. 빵순이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게에는 앉아서 먹을 자리는 많지 않아서 잠깐 머물러서 디저트를 맛볼 정도의 공간이다. 메뉴를 살펴보다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크로캉 에끌레어가 눈에 띄어 그것을 골랐다. 창가의 바 테이블에 앉으니 창밖으로 골목길 너머로 콩알만 하게 남산타워가 보인다.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에는 크림이 가득했다. 한입 베어 물자 단맛이 확 퍼졌고, 너무 달아서 얼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커피는 살짝 산미가 있어 단맛을 개운하게 잡아주었다. 디저트를 좋아하면서도 덜 단 디저트를 선호하는 모순적인 입맛을 가진 나에게는 솔직히 꽤 달았지만, 바삭한 에끌레어의 식감이 만족스러워서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한 번쯤은 이 정도의 단맛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끔 아주 단 것이 당길 때 이곳에 들러 크로캉 에끌레어를 먹으면 바로 행복해질 수 있다. 역시 탄수가 주는 위대한 자비심은 효과가 엄청나다. 에끌레어를 포장할 때 길에서 참지 못하고 바로 꺼내 먹을 정도로 유혹적인 디저트다. 만약 길에서 다 먹지 않고 끝까지 참고 집까지 가져온다면, 냉동실에 잠깐 얼려서 먹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이곳은 에끌레어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맛있는 빵이 가득하니, 한 번쯤 들러 에끌레어와 같이 다른 것도 즐겨보시라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