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러 번 맛보고 싶은, 시샘달 아뜰리에

그림과 에세이

by Riro



"이제 어디 갈까?"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라자냐 달인집에서 이탈리안 음식을 실컷 먹어놓고는, 2차로 어디에 가서 디저트를 먹을까 이야기를 나눴다. 한 친구가 "나 가고 싶은 데 있어."라고 운을 띄우자 나는 그곳이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쌀로 케이크 만드는 한옥 카페 가고 싶은 거지?"라고 말하자

"어떻게 알았어?"라고 친구가 궁금해했지만, 이 동네에서 친구가 좋아할 만한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쌀로 덜 단 디저트를 만드는 집 '시샘달 아뜰리에'



한때 딸이 약한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쌀로 만든 디저트를 사주고 싶어 알아봤던 곳이다. 친구도 건강한 디저트에 관심이 많으니 당연히 그곳을 가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나와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서 한옥 카페가 눈에 확 띄었다.





그러나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디퓨저 냄새가 강하게 퍼졌다. 디퓨저가 있는 공간에서 오래 머물 수 없는 나는 그래도 온 김에 구경이나 하자고 들어섰다. 다행히도 카페 입구에 화장실이 있어 그 주변은 향이 강했지만, 실내로 들어갈수록 냄새가 옅어졌다. 우리는 아무 향도 나지 않는 한옥 내부의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카페에서는 쌀로 만든 다양한 케이크와 디저트, 그래놀라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무 인테리어와 앤틱한 장식장이 피터 래빗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벽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나와 빵에 진심인 친구 둘이서 케이크를 골랐다. 친구는 수수팥 케이크를, 나는 쌀로 만든 초코 딸기 케이크를 선택했다.





드디어 주문한 음료와 케이크가 나오고, 빵순이 둘은 쌀 케이크에 집중했다. 설명대로 덜 달고 건강한 맛이었다. 수수팥 케이크는 은은한 팥 향이 나는 크림과 가벼운 시트의 조합이 좋았고, 초코 딸기 케이크는 덜 단 시트 덕분에 딸기 맛이 더욱 상큼하게 느껴졌다. 커피 맛은 사실 케이크에 집중하느라 기억이 흐릿하지만 무난했던 것 같다. 가벼운 질감의 케이크를 좋아하는 나는 너무 맛있었고, 친구는 맛있지만 좀 더 꾸덕한 크림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노 꾸덕파', 친구는 '꾸덕파'이므로 의견이 갈렸지만 그래도 둘 다 맛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물론 한겨울에도 아이스를 마시는 다른 친구도 맛있다고 했으니 최종적으로 우리는 맛있는 디저트집으로 판결을 내렸다.








케이크 맛에 반했으면 역시 재방문은 필수라서, 나는 친구들 없이 또 갔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쑥 케이크를 주문했다. 예상보다 쑥 향이 강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가 가장 무난하게 대중적인 입맛에 맞을 것 같았다. 토핑으로 올라간 그래놀라와 함께 먹으면 크런치한 식감도 함께 느낄 수 있어 부드러움과 바삭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케이크였다.


그러고 밤 초콜릿과 산딸기는 포장해서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었다. 아이들은 "내가 먹어본 초콜릿 케이크 중에서 가장 맛있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밤 크림은 익숙한 바밤바 맛이 났지만, 진한 초코 크림 덕분에 단순한 익숙함을 넘어선 균형 잡힌 맛이었다. 밤 초콜릿 케이크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마음에 들었고, 산딸기 케이크는 먹으면서 오히려 산딸기 자체가 더 먹고 싶어졌다. 케이크를 먹고 난 후 케이크 속 재료만 더 먹고 싶어지면, 내 입맛에는 케이크보다 그 재료 자체가 더 맛있었다는 뜻이겠지.


평소라면 검색해 보고도 귀찮아서 가지 않았을 새로운 카페를, 친구들 덕분에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흡족했다.












제가 연말에 눈 오는 날 길에서 넘어져서 꼬리뼈 바로 윗 뼈에 금이 갔어요..

현재 앉을 수도 똑바로 누울 수도 없어서 서서 지내거나 옆으로 누워서 지냅니다.

걷는 것도 쑤셔서 잘 못하고 폐인 모드로 있어요.

맛있는 커피나 케이크도 카페도 당분간 안녕...

밥도 서서 먹습니다. ㅠ_ㅠ

그림도 주방 싱크대에서 서서 그렸어요 ㅠㅠ

여러분 모두 조심히 다니세요.


keyword
이전 15화경복궁 돌담길을 담은, 카페 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