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걷는 도로 반대쪽에 깃발들이 세워져있다.
우리나라 국기와, 우리 동네의 무슨 단체 같은 데서 쓰는 깃발들이다.
활짝 펼쳐져 있는 걸 본 적이 없어 정확하게 무슨 단체의 문양인지 모르겠다.
깃발이라는 건 세찬 바람이 불어야 자신을 드러내는구나, 마치 사람 같네.라고 생각했다
거친 바람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깃발,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 진심이 드러나는 인간. 아무것도 불어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는 존재.
그 내면을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가 쥐고 흔들어야 하는 깃발 같은 사람들.
그런 생각을 하며 걸으니 찬바람이 눈 두덩이를 누르며 지나갔다.
인도 옆의 깃발은 그 정도 바람으론 미동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