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겨울준비

침입적인 단편

by 승현

"장작 패러 갈 시간이야."
나지막한 음성으로 그가 말했다.
나는 그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 입을 뗐다.
"오늘도 내가 하나?"
"도끼는 네가 더 잘 다루잖아, 장작 옮기는 건 내가 다 할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알았다는 듯 털 모자를 챙겨 쓰며 일어났다. 매섭게 내리던 눈은 그쳤지만 밖은 여전히 춥다. 두꺼운 코트를 입으며 밖으로 나섰다.

몇 번을 와도 건조하고 차가운 장소에 도착해 내가 말했다.
"오늘은 유난히 춥군. 빨리 해치우고 들어가자, 코코아가 마시고 싶어"
"방금 거실에 있을 때 마시지 않고 뭐 했어?"
"그게... 우유가 없었거든."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그리곤 장작을 처리하고 나면 같이 슈퍼에 들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럼 해가 지기 전에 해치워야겠군."

그가 쌓인 눈 위에 큰 자국을 남기며 묶어놓은 장작을 질질 끌고 왔다.
나는 근처에 적당히 놓아뒀던 도끼를 집어 들고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작 뒤에서 날 보고 있던 그가 말했다.
"근데 장작을 왜 '팬다'라고 하는 거지?"
"글쎄... 때리니까 그런 거 아냐?"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쪼개는 거잖아"
"그래서? 오늘은 쪼개줄까 패줄까?"
"네 맘대로 해."
시종일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의 질문에 나는 도끼를 반대로 돌렸다. 도끼의 등이 아래로 향했다.
"그럼 오늘은 한번 패 보자고."
나는 도끼를 머리 위로 힘껒 치켜든 후 그대로 내려찍었다.

"으악!"
순간적인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발등 위로 도끼의 등이 낙하했다.
그 고통을 그림으로 그리기라도 하듯 주변에 있던 순백의 눈은 금세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고통과 절규에 몸부림치는 사내를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도끼를 지팡이 삼아 삐딱하게 섰다.
"말해, 다른 발도 조져놓기 전에."
"몰라요! 모른다고요! 도망가다가 바다에 빠트렸다는 거 진짜예요, 믿어 주세요!"
의자에 묶여있던 사내는 울부짖듯이 대답했다.
"며칠째야 이게, 이번 장작은 쓸모가 없군."
"그럼 어떡해? 다른 발등도 패버릴까?"
"됐어, 진짜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니까."
그의 말이 맞았다. 조직을 배신한 자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그럼 이놈은 땔감이로군."
내가 그렇게 말하며 도끼를 내려놓자 그는 앉아있는 사내의 뒤로 가 목덜미를 붙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사내는 한쪽 발을 질질 끌며 그의 손에 이끌려 왔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그는 발버둥 치는 사내를 가볍게 제압하고는 나무를 교차해 쌓아놓은 거대한 모닥불에 그대로 집어던졌다.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들리던 비명소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췄다.
거기에 얼은 손을 녹이던 그가 말했다.
"지금 꺼 잘 찍어놨지? 회의 때 애들한테 보여줘야 하니까 잘 챙겨놔."
"그래, 잘 챙겼으니 걱정 마."
"됐어, 가자 그럼."
"가다니 어딜?"
"우유 없다며, 사러 가야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실 생각에 카메라를 확인하던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역 앞 슈퍼에 갈까? 올해까지 적립금을 안 쓰면 소멸시켜버린다던데?"
"뭐라고? 그거 얼마 한다고 없애버린다는 거야? 아무튼 장사꾼들이란."
그는 무자비한 슈퍼마켓의 행태에 분노하며 자동차에 올라타 시동을 켰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겨울 분위기 가득한 재즈를 들으며 우리들이 탄 자동차는 노을 진 도로를 따라 흘러갔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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