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걷는 길의 한쪽엔 광고용 현수막을 위한 공간이 있다.
관련 기관에 신청 후 수수료를 내면 일정 기간 동안 게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앞엔 가로수 몇 그루가 있는데 그곳에도 역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나무를 기둥 삼아 낮게 걸린 그 현수막들은 횡단보도를 향하는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다. 바로 뒤에 공식 게시공간이 있는데도.
얼마 안 되는 수수료를 내기 싫어, 용감하고 바보 같게도 바로 앞에 설치하곤 하는 것이다.
그 비합법 현수막은 다가올 설날을 축하하는 정치인의 인사말과, 어느 단체의 누군가가 수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정보가 걸려있었다.
누군가의 의례적인 인사말과 의례적인 축하말이 내가 건널 길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질서를 보곤 누군가는 환영받는 느낌을 받고 누군가는 진심으로 축하하겠지.
이상한 일이다. 그것들이 내 시야를 가리면서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내 불평은 그들에게 닿지 않고, 그들의 무질서는 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는 별것 아닌 일이다. 덕분에 나는 길을 건너는 게 더 조심스러워졌고, 그 장소는 예나 다음이나 그렇게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