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만난 사람들
에세이 강좌를 듣는 동안 매주 나는 수강생 15명의 글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각자 쓴 과제를 수강생 수만큼 복사해 교실 뒤편 라디에이터에 올려놓았다. 2교시가 되면 돌아가면서 자신이 쓴 글을 수강생 앞에서 읽었다.
고심하고 쓴 한 편의 글 속에 그 사람의 삶이 묻어났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거의 없고, 대부분 낯을 가렸다.) 그러나 낭독하는 글을 한 편 한 편 들으면서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앞을 보고 앉은 대열이라 얼굴은 잘 몰랐다. 하지만 글 제목으로 서로를 기억했다.
1월 초에 시작했던 에세이 강좌는 3월이 되어 끝났다. 마지막 수업 후에는 함께 식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후속 모임 이야기가 나왔다.
"계속 글을 쓸 동력이 필요해요."
"서로 지금처럼 매주 한 편씩 써봐요."
원하는 사람들끼리 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모임장을 맡았다. 수업 때처럼 매주 한 편 마감기한을 두고 써보자고 약속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월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거의 폐업위기의 밴드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6월까지는 주기적으로 올리고 서로 댓글을 달아주었다. 나도 덕분에 3월 이후에도 글을 썼다. 내 글을 읽어주는 확실한 독자가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였지만 목표와 열망은 같았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만났다. 몇 시간씩 카페에 죽치고 앉아서 서로의 근황과 '글'에 관해 말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좋은 책을 서로 추천했다.
문우들을 만나고 온 주말 오후는 글 쓰고 싶은 의욕이 다시 충전되었다. 자기 계발서 읽고 다시 뭔가 해보겠어라고 뿜뿜 하듯이. 머릿속이 기승전 글쓰기로 가득 차다 보니 학교 일에 바쁜 동료들을 만날 때 아뿔싸 혼자 신나서 글쓰기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너무 끓어 넘쳐서 불조절이 어렵구나, 싶었다.
이후로 글 이야기는 되도록 문우들과 나눈다. 우리끼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걸 같이 고민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