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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Jul 14. 2018

즐겁고 행복한 아침 만들기 프로젝트

어떤 주제이든 책으로 습득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임신을 시작으로 

수많은 육아서와 아이 교육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하지만 사실 기억에 남는 것은 많지 않았다. 

늘 읽을 때는 맞아, 그럴 수 있겠다. 이 방법 좋다, 감탄하지만 기존 내 패턴을 바꿔서 실제 생활에서 꾸준히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우선 나는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다. 

매일 일정한 계획을 가지고 책 육아나, 엄마표 영어를 실천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무엇보다 그 부지런함, 꾸준함이 부럽다. 

요즘도 아이 숙제보다 내 숙제를 먼저 하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책 읽는 시간이면 ‘이제 눈 감고 들어’ 권유하며 내심 빨리 잠들기를 바라는 빵점 엄마인 나. 

 

육아서의 글귀 중 별것 아닌 말이었는데 당시 강렬하게 내 마음을 움직였고 나를 변화시킨 내용이 있다면, 

아이의 아침 기분이 하루를 좌우하니, 아이의 아침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쁜 기분으로 시작한 하루가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보면 당연한 논리였는데 

예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정말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양치질하면서 장난친다고, 유치원 버스 놓치겠다고, 아이를 쓸데없이 많이 제지했던 아침들이 스쳐 지나갔다. 

별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부려 아이의 하루 시작을 망쳐 버린 건 아닌지 반성하면서 그날부터 결심했다. 

나는 부지런하거나 꼼꼼한 엄마는 아니지만 

그래서 가끔 유치원 준비물도 빼 먹기도 하지만 

아이의 아침은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엄마가 되자. 그것만은 꼭 해보자!!! 

 

그날부터 우리의 아침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른바 즐겁고 행복한 아침 만들기 프로젝트

 

심이는 주로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우지만

가끔 늦잠을 자는 심이를 깨울 때면 노래를 부르거나, 간지럼을 태운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 알파벳 자석으로 단어를 만들어서 “오늘은 어떤 단어가 쓰여 있을까?”하고 귓가에 대고 묻기도 한다.

게임 좋아하는 심이는 매우 신이 난다. 

 

옷도 안 입어, 양치질도 안 해, 멍 때리는 뭉그적거리는 아침이면 누가 더 빨리 입나, 빨리 씻나 게임을 한다. 

 

유치원 버스를 놓칠 것 같은 길 위에서는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어 보거나, 

노란색 줄만 밟는 게임을 하거나, 가끔은 꽃 냄새를 맡아 본다. 

 

유치원 버스를 타면 차창으로 나를 보는 아이를 향해 두 손으로 오버해서 하트를 그리거나 

끝도 없이 두 팔을 흔들어보고 차장 아래에 숨어 있다 나타나 보기도 한다. 

 

아침에 하는 나의 행동은 때때로 연극배우처럼 조금 과장스럽고, 목소리 톤은 살짝 올라가 있다. 

이런 나를 보는 중국인들의 눈빛은 가끔 저 한국인 왜 저러냐… 싶기도 한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랑 별 상관도 없는 사람보다 내 아이의 하루가 훨씬 중요하니까! 이곳은 외국이니 나는 더더욱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다. 

 

처음에는 사실 뭘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던 아침을 꽤 오래 보내면서 내가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아이는 생각보다 쉽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단순하고 맑은 마음.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고 있다가도 

엄마의 작은 동작(춤), 노래, 웃음, 눈빛(윙크) 하나에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 아이였다. 

 

조금 더 행복해하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 나의 하루도 왠지 기분이 좋고, 

이런 노력에도 그렇게 보내지 못한 날에는 괜히 마음이 쓰인다. 

 

매일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 즐거웠어? 오늘 얼마나 웃었어?”

(6살 아이에게 오늘 뭐 배웠어-라는 슬픈 질문은 하지 않기로 하자)

 

처음 심이가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다소 어리둥절했지만 

곧 “백 번!”하며 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덧붙인 한 마디. 

 

“엄마 근데 오늘 가방에 수건 안 넣었더라?”

 

아차차. 깜박했다. 

 

난감함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내 표정을 쓱 보며 덧붙여 주는 아이의 한 마디. 

“괜찮아, 친구 거 빌려 썼어” 

    

예전에는 ‘왜 안 넣었어~~~’하며 볼멘소리를 하더니 이번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꼬마가 되었다. 

나는 이것이 즐거운 아침 만들기 프로젝트의 효과라며 자화자찬했다. 

 

사소한 것에 기쁘고 사소한 것에 행복한 너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아침. 

내일 아침에는 아이의 즐거움과 준비물 모두 빠짐없이 준비하는 엄마가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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