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손이의 육아 스케치 No.37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는구나. 정말이지 너희와 산책을 갈 때면 감나무 끝에 남아있는 까치밥과 늦게 핀 소국, 아직 빛깔을 잃지 않은 낙엽들이 계절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더라. 오늘 산책길에서 우현이는 신나게 달려가다 걸음을 멈추고는 보라색 소국에게 인사했어. “우와~! 예쁘다! 꽃아! 안녕?” 또 다현이는 놀이터에서 낙엽을 주워 양 손에 쥐고는 마른 나뭇잎을 밟으면 들리는 바스락 소리가 재밌다고 깔깔거리며 좋아했단다.
첫봄을 닮은 어린 너희들과 이 계절의 콘트라스트가 엄마의 마음엔 슬프고도 아름다운 화음 같이 들렸어. 벌써 11월인가 싶지만 남아있는 고운 것들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엄마도 이 가을처럼 잘 익어가고 싶구나.
2020.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