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인, 달콤한 어둠이 필요해

by 별들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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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연재는 쉽니다.

추석이니까요...


특별히 바쁜 건 없지만

이래 저래 움직이다 보니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네요.


원래 계획도

오늘 연재는 생략하는 것이었어요.


지금 연재는 일정한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떠오른 주제를

'새로운 하루'를 감각하자는 취지로 써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소 단편적으로 느껴져,

한 템포 쉬어가며 생각을 가다듬고자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오늘이라는 하루'에 포착되는 나의 감각을

글로 옮기는 데 급급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은 앞서 밝힌

"긴 추석 연휴에, 메리 올리버"를 따라

메리 올리버를 읽는 중이고

그녀의 <긴 호흡>에 붙잡혀 있습니다.


핸리 데이비드 소로와 이어지는

메리 올리버의 생각과 글이 저와도 잘 맞아

당분간 그녀의 생각을 좇아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냥 간단히

<긴 호흡>의 서문 일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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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 Blue Pastures>은 메리 올리버가

60세의 나이에 펴낸, 1995년작 에세이집입니다.


서문 모두가 훌륭한데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이 있어요.


저 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글을 짓는 분들이라면,

그녀의 '지음'에 공감하며 좋아요 단추를 사정없이 누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문의 일부입니다.


"지금은 어둡다. 밤의 첫 커브가 아닌 마지막 커브, 나의 시간이다. 곧 이 필연적인 어둠에서 빛이 솟을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표현을 쓰자면 변덕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일을 시작한다. 내게 일이라 함은 걷고, 사물들을 보고, 귀 기울여 듣고, 작은 공책에 말들을 적는 것이다. 나중에,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이 말들의 모임은 다른 책에 오를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되어 지금 이 시간 내가 달콤한 어둠 속에서 보거나 들은 걸 여러분이 알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바람대로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야생의 세계에 대해 전보다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된다면 말이다."


찬찬히 뜯어가며 생각하면

그녀가 글 짓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삶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그 순간을 섬세하게 채집하는

그녀의 움직임과 생각과 멈춤과 고요와 정적이 보이나요?


저는

'30년 넘게 뒷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그녀의 3, 5인치짜리 손으로 꿰매어 만든 공책'도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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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따라 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세상과 자연에 대한 그녀의 시선이고 태도입니다.


시인의 삶을 지탱해 온

"야생의 세계에 대한 사랑, 문학에 대한 사랑,

타인과의 사랑이라는 지속적인 열정들"입니다.


이 사랑과 열정을

시인은 어떻게 붙잡을까요?


메리 올리버는 말합니다.


"창작은 고독을 요한다."


고독하기 어려운 추석 연휴입니다.

덕분에,

그리고 고독을 위해

오늘 연재는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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