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숨>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한 번 살아가
침대 밑에 놓아둔 지난밤에 꾼 꿈이
지친 맘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괜찮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이 어린 가슴이 숨을 쉰다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
박효신, 앨범 <I am A Dreamer>, 2016.
작사: 박효신, 김이나
작곡: 박효신, 정재일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웃으면서 말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돈이 되거나 이력서에 적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어도 늘 바빴다. 아이를 돌보고, 해도 티 안 나는 집안일을 하고, 내가 속한 단체에서 봉사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했다. 재작년이었던가 한의원에 가서 진맥했는데, '과로'라고 했다. 나도 웃고 가족들도 웃었다. 직장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과로라니.
겉보기에는 외향적이고 대범해 보이지만 타고난 성격은 그렇지 않았다. 천성은 소심하고 예민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른 도시에서 다니며, 또 미국에 나와 살면서 늘 긴장했고 자주 우울했다.
유학 나온 첫해에 우울증인 것 같아서 학교 심리상담센터에 찾아갔다. 상담사는 내 상태가 우울증이 아니고 불안(anxiety)이라고 했다. 완벽주의와 비현실적인 믿음이 원인이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충분히 괜찮다'(good enough)라고 스스로에게 자주 말하라고 했다. 운동이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수영을 했다. 매주 다녔던 상담은 언제부턴가 상담사가 신세 한탄을 늘어놓고 내가 들어주는 상황이 되어 그만두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건 얼마나 건강에 해로운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한다. 애쓰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10대, 20대로 돌려보내준다고 해도 그 나이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다.
일상이 과로인 중년은 오늘만큼 또 이렇게 하루를 살아낸다.
당분간 글을 격주로 발행하려고 합니다. 종종 숨 쉬러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