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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 Sep 06. 2024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

박효신 <숨>

 숨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번 살아가

 

 침대 밑에 놓아둔 지난밤에 꾼 꿈이

 지친 맘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괜찮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이 어린 가슴이 숨을 쉰다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

 

 

박효신, 앨범 <I am A Dreamer>, 2016.

작사: 박효신, 김이나

작곡: 박효신, 정재일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웃으면서 말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돈이 되거나 이력서에 적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어도 늘 바빴다. 아이를 돌보고, 해도 티 안 나는 집안일을 하고, 내가 속한 단체에서 봉사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했다. 재작년이었던가 한의원에 가서 진맥했는데, '과로'라고 했다. 나도 웃고 가족들도 웃었다. 직장생활을 한 것도 아닌데 과로라니.


겉보기에는 외향적이고 대범해 보이지만 타고난 성격은 그렇지 않았다. 천성은 소심하고 예민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른 도시에서 다니며, 또 미국에 나와 살면서 늘 긴장했고 자주 우울했다. 


유학 나온 첫해에 우울증인 것 같아서 학교 심리상담센터에 찾아갔다. 상담사는 내 상태가 우울증이 아니고 불안(anxiety)이라고 했다. 완벽주의와 비현실적인 믿음이 원인이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충분히 괜찮다'(good enough)라고 스스로에게 자주 말하라고 했다. 운동이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수영을 했다. 매주 다녔던 상담은 언제부턴가 상담사가 신세 한탄을 늘어놓고 내가 들어주는 상황이 되어 그만두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건 얼마나 건강에 해로운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한다. 애쓰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10대, 20대로 돌려보내준다고 해도 그 나이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다.


일상이 과로인 중년은 오늘만큼 또 이렇게 하루를 살아낸다.


박효신-숨


당분간 글을 격주로 발행하려고 합니다. 종종 숨 쉬러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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