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으로 살아가기_8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 한다.”
7년 전 대학생 연합 동아리 선배로부터 이 말을 처음 들었다. 정말이지 이 문장이 참 근사하고 멋있었다. 몇 년 뒤 사회에서 일 ‘잘’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조원들에게 ‘잘’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최근 7년 만에 직장 상사로부터 이 문장을 또 한 번 듣게 됐다. 그런데 ‘잘’이라는 단어가 참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 “누군가가 ‘잘’한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도대체 그 사람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했고 부러웠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왕이면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잘’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도 의기소침해졌었다.
문제의 문장을 살펴보자. 나는 ‘열심히’는 과정, ‘잘’은 결과와 연결 지었다. 무엇보다도 ‘잘’이라는 단어에 ‘No.1’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즉, 이 문장을 ‘아무리 과정에 열심히 임해도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혹은 ‘과정이 아무리 개떡 같아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No.1’이라는 결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지 않은가.
나는 일명 ‘과정 주의자’다. 어디까지나 과정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주의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 한다.”는 문장을 결과 지향적으로 해석했고, 결국 이 문장이 마음의 부담이 된 것이다. 이때까지 과정을 우선시한 내가 바보인 건가 싶었고, 감사하게도 주변 분들이 나에게 “잘한다.”라고 말씀해주셨지만 으레 주고받는 알맹이 없는 인사말 정도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No.1’이 아니니까. ‘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체한 것 같았다.
학창 시절과 다르게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온 이 문장을 나는 다시 해석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열심히’, ‘잘’ 모두 과정과 관계가 있다. ‘열심히’는 방향성이 없는 과정, ‘잘’은 방향성이 뚜렷한 과정이라고 해석하겠다. 그저 ‘열심히’ 날갯짓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어디로 갈지 방향성을 ‘잘’ 잡고 날갯짓을 해야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대중없이 들쑤시다 보면 시간만 흐르고 일만 많아진다. 일을 하는 목적에 맞게 적정 기준을 세워 분류하고 필요 없는 건 쳐내야 훨씬 수월하다. 다짜고짜 운전대를 잡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갈지 알고 가야 더 잘 갈 수 있다.
7년 전 꿈꿨던 일 ‘잘’하는 내 모습에서의 ‘잘’은 ‘No.1’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시원시원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어딜 가든 ‘No.1’이 있고, 그 ‘No.1’을 묵묵히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화려한 메인 요리 속에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소금 같은 역할이 나의 역할 이리라.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해석이 중요한 법이다. 이왕이면 나를 옭아매는 해석보다는, 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해석을 해보자.